'총수' 중심 신사업 속도 내는 SK·LG…삼성은 또 ‘주춤’

시간 입력 2021-01-20 07:00:04 시간 수정 2021-01-21 08: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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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사외벤처 등 구광모표 ‘뉴 LG’ 본격화…SK도 최태원 ‘딥체인지’ 철학 중심 M&A 속도
삼성, '총수 부재' 재현…신사업 대신 이재용 공백 최소화 ‘주력’

(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이 사법리스크로 주춤하는 사이 LG와 SK는 총수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파기환송심 판결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재차 수감되면서 총수 부재로 인한 기업 간 희비는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를 사외벤처로 분사했다. LG전자 임직원의 아이디어가 기반이 된 이번 사외벤처는 비대면 방식의 뉴 노멀 시대에 맞춰, 온라인에서 소비자 체형에 맞는 최적의 의류 사이즈와 핏을 찾아주는 패션 플랫폼을 운영하게 된다.

재계는 이번 사외벤처 분사가 구광모 LG 회장이 강조해 온 혁신 의지의 결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최근 신년메시지에서 “기존의 틀과 방식을 넘는 새로운 시도가 작지만 중요한 차이를 만들고, 비로소 고객 감동을 완성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도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며 “과감한 도전의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LG그룹은 구 회장 체제 이후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거나 외부와의 협력을 강화해 성장동력을 다양화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만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3곳에 투자를 단행했고, 12월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의 전기차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이달 초에는 약 8000만달러(약 870억원)를 투자해 AI로 TV 광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미국 스타트업 알폰소를 인수했다. 과감한 도전을 기반으로 하는 구 회장의 ‘뉴 LG’ 구상이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통 큰 투자와 M&A를 이어가고 있다. SK(주)와 SK E&S는 이달 초 각각 8000억원을 출자해 미국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플러그파워는 수소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이 약 16조원에 달한다. 플러그파워 기술을 활용해 국내에서는 SK가 구상하고 있는 수소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고 중국 베트남 등에선 신규 사업 기회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에도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을 10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로, SK하이닉스의 낸드 부문 한계를 단기간에 극복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다.

이 같은 SK그룹의 공격적 경영 행보는 ‘근본적 변화만이 기업 생존을 담보한다’는 최 회장의 ‘딥체인지’를 경영 철학에서 비롯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환경을 위기라고 단정짓거나 굴복하지 말고 우리의 이정표였던 딥체인지에 적합한 상대로 생각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변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증명하듯 SK그룹은 지난해에만 △2월 SK머티리얼즈의 금호석유화학전자소재사업 인수 △6월 SK종합화학의 프랑스 아르케마 폴리머 인수 △9월 SK건설의 EMC홀딩스 인수 등 굵직한 M&A를 연달아 추진했다. 투자에서도 SK(주)가 지난해 1월 액화천연가스(LNG) 냉열 재활용 콜드체인 업체 벨스타슈퍼프리즈에 250억원을, 7월엔 중국 전기차 부품 동박 제조업체 왓슨에 100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총수를 중심으로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LG·SK와 달리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며 신사업 추진에 타격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는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되기 3개월 전 자동차 전장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굵직한 M&A가 실종됐다. 대규모 투자 역시 2019년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133조원 투자 건이 전부다. 이 부회장 첫 구속 전 매주 열리던 그룹 사장단 회의는 구속 이후 중단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속도감 있는 투자 결정은 이를 책임질 수 있는 총수의 신속한 결단으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은 신사업 대신 당분간 이 부회장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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