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계열분리' 추진 속 '공정위·헤지펀드' 변수 주목

시간 입력 2020-12-17 07:00:04 시간 수정 2020-12-18 08: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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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분리된 한익익스프레스에도 공정위 칼날…LG-판토스 간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 ‘불투명’
글로벌 헤지펀드도 계열분리에 반대표…“가족 승계 위해 소액주주 희생시키는 결정”
재계 “정상적 기업활동과 구조개선 위협 ‘부적절’”

(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G그룹 고문<사진=LG그룹>
(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G그룹 고문<사진=LG그룹>

장밋빛이었던 LG그룹의 계열분리 과정에 '공정위'와 '헤지펀드'라는 변수가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적으로 분리된 회사에 대해서도 같은 총수일가가 지배한다는 이유로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적용한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헤지펀드 화이트박스는 이번 계열분리가 가족 승계를 위해 소액주주를 희생한 ‘반주주친화적’ 결정이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재계는 이 같은 공정위 제재범위 확대와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잇따른 반대가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구조개선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구광모 LG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고문이 LG상사·하우시스·판토스·MMA·실리콘웍스 등 5개 LG 계열사를 분리해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LG그룹이 이번 계열분리를 통해 그간 논란이 됐던 ‘판토스’와의 일감몰아주기 문제에서 완전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한 자회사 판토스가 계열분리 대상에 포함돼 법적으로 ‘남’이 되기 때문이다.

판토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 2조4808억원 중 76.5%인 1조8973억원을 LG전자, LG화학 등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2018년과 2017년에도 78%대 내부거래 비중을 보이며 공정위의 표적이 돼 왔다.


그러나 법적으로 별개인 회사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혐의를 적용한 사례가 나오며 완전 해소에 대한 기대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공정위는 최근 한화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이 총수의 친족 회사인 한인익스프레스에 일감을 몰아주고 통행세를 챙기게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29억원(한화솔루션 157억원, 한익스프레스 72억원)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한화솔루션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익스프레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 씨(지분 25.77%)가 아들 이석환 한익스프레스 대표이사(25.60%)와 함께 51.3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5774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한화 계열사와 거래 비중이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범총수일가라 할 수 있는 친누나 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시장질서를 왜곡한 행위”라고 밝혔다. 계열분리된 회사라 하더라도 같은 총수일가의 영향력 하에 있다면 칼날을 들이댈 수 있다는 뜻이다. 판토스는 LG그룹 총수 일가인 구 고문이 이끌게 될 LG상사가 5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 전문가는 “공정거래법 취지가 특수관계인 간 부당한 일감지원을 막아 타 기업들의 사업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것인 만큼 공정위가 계열분리된 회사까지 감시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판토스 역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헤지펀드가 계열분리 반대에 나선 것도 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는 최근 LG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LG그룹 계열분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계열분리가 가족 승계를 위해 소액주주를 희생시키는 ‘반주주친화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화이트박스는 약 55억달러(6조원) 규모 펀드를 운용하며 3년간 ㈜LG의 지분 약 0.6%를 보유 중이다. 지분율이 낮은 만큼 주주총회에서 단독으로 계열분리를 막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영향력을 활용해 외신 보도 등을 유도할 경우 해외 주주들로부터 계열분리 반대 압박을 이끌어낼 수 있다. LG는 이와 관련해 “이번 계열분리로 전자, 화학, 통신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주주가치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맞섰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박사는 “중요한 것은 계열분리 자체가 아니라 분리 과정에서 계열분리된 회사에 대한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사업 집중을 통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것인지”라며 “현 단계에서 이번 계열분리가 주주친화적인지 아닌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재계는 공정위 제재범위 확대와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잇따른 반대가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구조개선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그 피해가 기업 뿐 아니라 주주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간 거래는 거래 위험요소를 줄이고 효율성을 끌어올리는데 목적이 있다”며 “하물며 법적 분리된 회사에 공정위가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반대의사 표명에 대해서도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개편을 진행할 때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반대가 습관화되고 있다”며 “구조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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