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현금만 112조 '역대 최대'...삼성전자, 총수 부재로 곳간만 쌓인다

시간 입력 2021-05-03 07:00:06 시간 수정 2021-05-03 16: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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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에만 7조원 이상 늘어…반도체 M&A·설비투자 투입 가능성
하만 이후 대규모 M&A 전무…“총수 부재로 결정 늦어질 것” 우려도

자료: 삼성전자/단위: 조원
자료: 삼성전자/단위: 조원

삼성전자가 보유한 순현금 규모가 올해 1분기에만 7조원 이상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풍부한 곳간을 활용,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조만간 수십조원 규모 국내외 반도체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 상황에 놓인 만큼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삼성전자가 보유한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은 111조8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104조5100억원에서 3개월 만에 7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설비 등 유형자산 취득에 현금 8조500억원, 차입금 차입 등 재무활동에 현금 5900억원을 지출했다. 그럼에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3조8000억원 늘어나며 총 순현금이 증가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중 감가상각 증가분을 제외한 순이익은 7조1400억원이다. 순수 영업으로만 현금을 7조원 이상 늘렸다는 뜻이다.

지속적인 영업 호조로 곳간은 쌓여가고 있지만 이를 활용할 대규모 투자계획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반도체 분야 투자를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를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 부재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놀고 있는 현금이 많다는 점은 삼성전자에게도 부담이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CFO)은 올해 초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 3년간 인수합병(M&A)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보유현금이 증가했고 지속적인 현금 증가는 회사 경영에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외신 등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 NXP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조만간 미국 파운드리 공장과 평택 P3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최근 JP모건의 보고서를 인용해 삼성전자의 M&A 가능성을 언급했다. 배런스는 “삼성전자가 네덜란드의 NXP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타당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차량용 반도체 글로벌 2위 공급 업체인 NXP는 시가총액이 약 60조원이다. 인수가 성사된다면 2017년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 규모 하만 인수를 뛰어넘는 삼성전자 M&A 사상 최대 규모다. NXP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총 3곳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NXP 인수로 전장 자회사 하만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뿐더러 미국 정부의 투자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다.

미국에서 운영 중인 파운드리 공장 투자 가능성도 점쳐진다. 오스틴 공장에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다음달 21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 만큼 이를 전후해 투자계획을 공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평택캠퍼스 P3 라인에 대한 투자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평택 P3 라인은 연면적이 70만㎡로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다. P1와 P2 투자 규모가 각각 30조원이 넘었던 만큼 P3 투자비는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반면 삼성전자가 이른 시일 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사업 투자를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를 진두지휘해야 할 이재용 부회장의 법정 구속 상태에 놓여 있어서다. P3 라인 투자계획 역시 당초 올해 초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며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는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최근 청와대에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들 단체장은 건의서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은 강력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경영을 진두지휘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지면 그동안 쌓아온 세계 1위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 건의 직후 “사면에 대해 현재까지는 검토한 바 없으며,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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