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05조 확보한 삼성전자, M&A·반도체 시설투자 ‘고심’

시간 입력 2021-02-16 07:00:01 시간 수정 2021-02-17 08: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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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년 내 의미 있는 M&A 추진”…시스템반도체 기업 인수 가능성
미국·EU, 반도체 생산 설비 투자 요청
사업별 수십조 자금 지출 불가피…이재용 부재 리스크 현실화

출처: 삼성전자 IR/단위: 억원
출처: 삼성전자 IR/단위: 억원

100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대규모 인수합병(M&A)과 해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설투자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업별로 수십조의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안정적인 우량 고객사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재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3년 내 대규모 M&A 추진 등을 선언한 상황이다. 다만 이를 좌우할 수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내년 상반기까지 부재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나 M&A에 대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아 자칫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순현금(현금-차입금) 규모는 104조5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조2300억원 증가했다. 삼성전자 순현금이 100조원을 넘어선 건 IR자료를 제공한 2010년 이후 최초다.

삼성전자는 확보한 현금을 통해 대규모 M&A와 해외 파운드리 시설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CFO)은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속적인 현금 증가는 회사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공격적인 시설투자와 의미 있는 규모의 M&A로 현금 보유 위험성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M&A 실행 시기에 대해서는 “주주환원정책 기간(2021~2023년) 내에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M&A 대상 기업으로 네덜란드 NXP, 스위스 STM, 독일 인피니언 등을 꼽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시스템반도체 기업으로 최근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등 해외에서의 반도체 생산설비 건설도 고려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EU 등이 삼성전자, TSMC 등 파운드리 업체에게 자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를 요청하고 있어서다. 폭스바겐, GM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EU가 10nm 이하의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EU 국가에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삼성전자와 TSMC의 참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약 170억달러(약 18조7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고려하고 있다”며 “미국에 향후 20년간 8억550만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을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인텔, 애플과 같은 안정적인 우량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규모 M&A와 해외 파운드리 시설 투자를 감행할 경우 재무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M&A 물망에 오르내리는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지난 15일 기준 NXP 60조94억원, STM 43조299억원, 인피니언 61조8995억원 등이다. 삼성전자 보유 순현금의 절반을 넘나드는 규모로, 한 건의 M&A만 성사되더라도 반도체 시설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50조원 규모로 줄어든다.

설사 남은 자금으로 미국이나 EU에 공장을 짓더라도 그만큼 주문이 들어올 것이란 보장도 없다. 외부 파운드리 활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인텔 역시 핵심 제품인 중앙처리장치(CPU)는 대부분 자체 생산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설비 투자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불분명한 상태다.

사업 전략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대형 M&A와 투자를 좌우할 수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전자에게 뼈아프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사면이나 가석방 등이 없을 경우 내년 7월까지 수감된다. 이마저도 지난해 추가 기소된 불법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이 남아 있어 부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시점이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의 성공 여부는 대규모 자금을 얼마나 정확한 시점에 투입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이를 결단하는 CEO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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