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내부통제 강화 등 쇄신 방안 마련
“쇄신의 주체 아닌 대상”…노조, 경영진 퇴진 압박

26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류장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IBK기업은행이 부당대출 사태로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 전·현직자 간의 유착과 내부통제의 부실이 드러나며, 단순한 직원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비판이 거세다. 은행장이 직접 사과와 함께 강도 높은 쇄신을 약속했지만, 노동조합의 ‘경영진 책임론’이 이어지며 조직 내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못한 상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지난 26일 대규모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국민과 고객 앞에 사과했다. 그는 “이 사태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책은행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고개를 숙였다.
김 행장의 사과는 금융감독원이 검사 결과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에 대한 검사에서 총 58건,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과 부당한 점포 입점 등 다수의 불법 행위를 확인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퇴직자와 현직 직원 간의 사적 투자, 배우자 및 친인척을 앞세운 위장 대출, 고위 임원에 대한 부정 청탁 등 반복적이고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해상충 조사를 맡은 부서가 이 같은 부당거래 정황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축소·지연 보고하거나, 검사 기간 중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기업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은행은 김 행장의 사과와 함께 조직 전반에 걸친 쇄신 계획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임직원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승인여신 점검 조직 신설 △독립적인 내부자신고 채널 구축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사자문단 운영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 경영진의 일탈 및 내부통제 미흡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통해 의무와 책임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쇄신안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외부인사가 포함된 ‘IBK 쇄신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김 행장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책무구조도에 따른 책임은 물론, 앞으로 부당대출 등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저를 포함해 관련된 경영진과 고위 관리자부터 예외 없이 엄중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쇄신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내부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임금 협상, 경영 목표 등 주요 현안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하며, 김 행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부당대출 사태의 원인이 과도한 영업 목표와 상명하복 경영 방식에 있다고 주장했다.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가 직원들의 자율성과 도덕성을 약화시켰고, 상명하복 문화 속에서 올바른 판단과 책임 있는 행동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류장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만든 경영진이 근본 문제다. 경영진은 이번 쇄신의 대상이지 쇄신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사태 해결은 경영진 교체, 즉 인적 쇄신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윗선부터 책임지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래야 목표와 지시는 점차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바뀌고, 상명하복 경영도 일거에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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