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밸류업 무너질까 노심초사…투심 잡기 나선 금융지주

시간 입력 2025-01-23 07:00:00 시간 수정 2025-01-22 17:53:53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금융지주 회장들, 해외 투자자에 서한 발송
변함없는 밸류업 추진 의지 강조
트럼프 취임 후 환율 소폭 하락
취임 초기 불확실성은 여전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화면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 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화면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 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관세 정책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며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금융지주 밸류업 정책이 동력을 잃을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해외 투자자와의 소통을 늘려가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직접 해외 투자자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지난해 수립한 기업가치 제고계획, 즉 밸류업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들 금융지주의 밸류업 방안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일정 수준(13%)으로 관리해 주주환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환율이 오르면 금융사의 외화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해 CET1 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증권가는 지난해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KB금융지주의 4분기 CET1 비율이 13.5%로 직전 분기보다 0.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지주(13.1%→13%)와 하나금융지주(13.2→13%), 우리금융지주(12%→11.8%)도 CET1 비율 하락이 점쳐진다.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주요 투자자에게 보낸 IR 서한에서 “한국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높은 정치적 성숙도를 바탕으로 우리금융을 더욱 강하고 견실한 금융그룹으로 발전시키겠다”며 “2025년에는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찾고 우리금융의 비전과 전략을 설명하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지난 17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베인캐피탈과 최고경영자 미팅을 갖고 국내 경제의 굳건한 펀더멘탈과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하나금융은 최근 불확실성이 확대된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기업이 경제활동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지난 6일 주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양종희 회장의 친필 서한을 발송했다. 양 회장은 서한을 통해 “최근 대한민국을 둘러싼 여러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금리·환율 등의 변동성 확대로 영업환경과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깊이 공감하며 현재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으로 재취임한 지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로 하락했다. 지난해 트럼프의 당선 이후 치솟던 환율은 이번 취임식에서 구체적인 관세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취임 초기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우리 시민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캐나다와 멕시코를 시작으로 주요 교역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22일 ‘2025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2025년 중 원·달러 환율은 대외적 강달러 요인 및 국내 경기 둔화 등이 겹치면서 하방경직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반기 이후 대내적 안정 회복과 더불어 점진적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