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여파 원·달러 환율 1464.8원으로 마감…금융위기 이후 최고
환율 상승 시 기업 환차손 커져…경영부실 대출 리스크↑
5대 시중은행 기업 무수익여신 규모 3.1조…1년새 24.3%↑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KB국민은행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KB국민은행>
가계대출 규제에 막힌 국내 시중은행이 최근 기업대출을 늘려온 가운데,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상환 여력이 저하된 기업들이 늘어나며 ‘깡통대출’ 역시 1년새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최근 비상계엄 사태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환율 상승에 도화선이 되며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고금리·고물가에 고환율 상황까지 이어지자 기업 부실 대출 리스크에도 적색등이 켜진 셈이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1464.8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일(1456.4원)보다 8.4원 오른 것으로,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성탄절 휴일을 지나고 개장한 외환시장은 전일 대비 1.2원 내린 1455.2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으나, 곧바로 상승 전환한 뒤 오전 10시경에는 1465.5원까지 뛰었다.
환율이 1450원대를 넘어서는 것은 지난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외에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수준이다.
이처럼 환율 변동성이 커진 데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사태 이후 탄핵안 부결 등이 이어지며 국내 정치상황이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년 매파적(통화 긴축 기조) 금리인하를 시사하며 원화 가치는 지속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환율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경영에도 적색등이 켜졌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제조 기업은 환율이 상승할 경우 지출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수출 중소기업 513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실태 조사’ 결과, 응답자의 22.2%가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겪은 어려움으로 ‘고환율’을 꼽았다. 정부가 현재 상황 극복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환율 안정화 정책 마련’이 55.2%를 차지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71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1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 결과, 내년 1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68.1로 전월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 전년 동월(77.5)과 비교하면 9.4포인트 가량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는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와 업황 전망을 설문조사해 지수화한 것이다.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는 것을,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환율 상승에 따라 기업들의 상환 여력 개선 여지 또한 힘을 잃을 것이란 전망 또한 지배적이다. 환율이 오를 경우에는 기업의 환차손이 커져 영업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4~5% 수준이던 영업이익률이 최대 20%까지 줄어들 수 있다. 이미 고금리·고물가 등 경기 악화에 따른 기업대출 부실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 불안정으로 인한 고환율이 대출 부실에 불을 지른 격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0%로, 전년 동월 말(0.55%)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중소법인의 연체율은 0.74%로 더 높았다. 가계대출 연체율(0.38%)과 비교하면 배 가까운 수치다.
기업대출 가운데 원금 상환은 커녕 이자도 제때 받지 못하는 깡통대출 규모도 크게 늘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무수익여신 규모는 1년 전보다 19.6% 증가한 4조2773억원으로 집계됐다. 무수익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대출채권과 이자 수입이 없는 부실대출을 합한 것으로,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대출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기업 무수익여신은 3조597억원으로 전체 무수익여신의 71.5%를 차지했다. 5대 은행의 기업 무수익여신은 전년 동기(2조4621억원)보다 24.3% 가량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은행권에서도 환율 급등으로 인해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외화대출 만기연장이나 수입신용장 대금 결제일 특별연장 등 금융지원방안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기업 외화 자금조달 우려를 해소해달라고 주문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열린 기업금융 상황점검회의에서 “최근 외환시장의 변동성 우려를 고려해 기업들의 외화결제 및 외화대출 만기의 탄력적 조정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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