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창용 한은 총재 “비상계엄 사태,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시간 입력 2024-12-05 17:45:00 시간 수정 2024-12-05 16: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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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사태,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 단기적인 정도로 그칠 것
지난달 발표한 금리 경로·경기 전망 등 수정 필요 없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45년 만의 계엄령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계엄 사태로 인해 국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해당 사태로 인해 경제성장 전망과 금리 경로 또한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5일 서울 중구 소재의 한국은행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 2번의 탄핵 정국을 사례로 들며, 탄핵 정국이 길게 이어지더라도 정치적인 프로세스와 경제적인 프로세스가 분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2개 분기 정도 탄핵 정국이 이어졌는데, 당시 데이터를 보면 단기적인 영향도 없었고 중장기적인 영향도 크게 없었다”면서 “경제성장률이나 중장기적인 경제 부분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으며, 과거가 반드시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내놓은 경제성장 전망 또한 현재로서 바꿀 필요까지는 없다고 봤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1월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통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년 전망치를 2.1%에서 1.9%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이번 사태로 인해 지난 통방에서 말했던 성장률 전망을 바꿀 필요까지는 없다고 보고 있다”며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도 단기적인 정도로 그칠 것으로 보여, 금리 경로나 경기 전망 등은 지난 통방에서 발표한 전망 수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 총재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라 금리 경로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트럼프 정부의 출범에 따라 경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우리의 수출 모멘텀이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등 중장기적인 요인들이 경기 전망 경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커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 데이터를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충격이 없을 경우 시간을 갖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 내다봤다.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비상계엄 선언 충격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2.0원까지 급등했다. 지난 2022년 10월 26일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다시 쓴 것이다. 현재는 1410원대로 떨어졌으나, 계엄 사태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계엄 발표 직후 새벽에는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빨리 올라갔으나, 계엄 해제 후 천천히 내려오며 어제까지는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며 “계엄 사태가 부정적인 뉴스인 만큼 사태 전에 비해서는 환율이 오른 상태이긴 하나, 새로운 쇼크가 없다면 시간을 갖고 천천히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 직후 외환·금융시장에 패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F4(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의 단기적 과제였는데, F4 미팅을 통해 유동성 공급 등 여러 안전장치를 충분하게 발표하며 시장과 소통한 점이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공헌한 것으로 본다”며 “생각했던 방향대로 단기 금융시장은 안정을 이루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총재는 비상계엄이 빠른 시간 내 해제된 점도 긍정적 요소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국내에서의 충격도 있으나, 정치 상황을 모르는 해외에서의 충격이 더 큰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계엄 상황이 오랜 시간 지속됐을 경우에는 해외 인식이 더 나빠졌을 수 있으나, 6시간 만에 해결되며 해외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나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국가 신인도 문제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이 총재는 “계엄이 발생한 것도 다른 주요국에서의 사례처럼 정책 방향의 차이가 있어 정부가 붕괴해 일어난 것이 아닌, 순수하게 정치적인 이유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경제와 관련한 펀더멘탈, 경제성장 모멘트 등이 정치적 이유하고 분리돼 있기 때문에 신인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사태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나 제도가 얼마나 성숙한지를 보여주는 기회로 작용한 것”이라며 “최근 S&P도 계엄 사태가 단기적인 영향이 적다고 판단한 만큼, 새로운 충격이 없다면 국가 신인도 역시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지난 4일 S&P와 나이스신용평가가 공동 개최한 언론 세미나에서 킴엥 탄 S&P 전무는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국의 현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의 측정 방식(메트릭스)을 변경하거나 등급을 바꿀 실질적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전일 임시 금통위를 통해 발표한 국고채 단순 매입 등의 조치가 결국 양적완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일반적인 공개시장조작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통위는 12월 4일부터 내년 2월까지 비정례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RP 매입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어제 발표한 내용은 의도적으로 국고채를 많이 사 주면서 이자율을 낮추는 쪽으로 했던 양적완화와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일반적으로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더 많이 사 줘서 금리를 우리 방향에 맞춰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이번 일로 인한 패닉으로 금리가 튈 경우 오픈마켓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이자율이 튀는 것을 막겠다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만약 벌어질 경우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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