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3.50% 동결…금통위원 6명 전원 일치
농축수산물 가격·국제유가 등 물가불안 변수 존재
경제전망 2.1%→2.5% 상향 조정…인플레이션 압력 작용
이창용 “인하 시점 불확실성 4월보다 커져”…미국 앞서 선제적 인하 불가능할 듯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 동결하고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기준금리를 섣불리 인하하기엔 목표수준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과 환율 변동성, 가계부채 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경우 내수 회복이 약화되고 금융기관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시장 불안 리스크로 번질 수 있어 금리를 묶고 시장 상황 관망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든 데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깜짝 반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금리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1연속 현 수준인 3.50%로 유지했다. 이로써 지난 2월부터 약 1년 4개월간 기준금리를 동결해 최장 기간을 경신했다.
◆물가·환율 불안에 상반기 마지막 금통위서 기준금리 동결
불안한 물가가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날 한은 금통위원은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고 보면서도 목표수준(2%)으로 수렴하기까지 확신하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를 분명히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2023년 12월 3.2%에서 올 1월 2.8%로 소폭 줄었으나 2월과 3월 연속 3.1%를 유지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2.9%로 석 달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왔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이 10% 넘게 뛰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점도 이번 동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살펴보면 ‘환율’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새 변수로 제시됐다. 지난 연말 1300원 아래에 있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장중 1400원대를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한 이후 현재 1360원대에서 머물며 떨어지지 않고 있다.
원·달러환율이 상승하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도 커진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할 경우 수입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성장률 상향 조정으로 금리 인하 명분↓…“금리인하 시기 불확실성 4월보다 확대”
경제 성장률이 기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경기 침체로 인한 조기 기준금리 인하 명분은 다소 축소됐다. 이날 한은은 올해 GDP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 1분기 GDP(1.3%)가 당초 전망치인 0.5%를 뛰어넘는 깜짝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가 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성장세가 빠르게 개선되자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보다 확대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으면서도 하반기 어느 시점에 금리를 인하할지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난 4월에 비해 훨씬 더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가 다소 줄어든 점도 하반기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2일 발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예상보다 더 오래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경우 외국인 자본 이탈은 물론 환율 변동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높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고 내리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달리하는 탈동조화가 시작됐다”면서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생길 수 있는 환율 변동성과 자본이동 가능성 등을 전체적으로 살피면서 하반기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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