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정치권, ‘은행 팔 비틀기’ 여야 없다

시간 입력 2024-03-04 07:03:00 시간 수정 2024-02-29 17: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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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앞다퉈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책 발표
5대 은행, 정부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에 20조 분담
은행권, 수익성·건전성 악화 우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금융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재원은 대체로 금융사가 마련할 수밖에 없어 은행권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은 이미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4·10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골자로 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5일 총 76조원 규모의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중소·중견기업의 금리 부담을 덜기 위해 19조4000억원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전용 금리 인하프로그램을 통해 연 5%가 넘는 대출금리를 1년 간 최대 2%포인트까지 인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20조원을 분담한다.

이밖에 국민의힘은 3호 공약으로 ‘서민·소상공인 새로 희망’을 내세우고 있다. △재형저축 재도입 △예금자보호한도 1억원으로 상향 △소상공인 보증공급액 2배 상향 등이 주 내용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달 27일 △가계 대출원리금 상환 부담 대폭 완화 △채무자 중심의 보호 체계 구축 및 사각지대 해소 △소상공인·자영업자 고금리 피해회복 지원 확대 등 ‘고금리 부담완화 3종 세트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소상공인 고금리 피해 복구·지원 확대 대책도 이번 공약에 포함됐다. 소상공인 정책 자금을 2배 이상 늘리고,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10∼20년짜리 장기·분할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 이개호 정책위의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고금리 부담완화 공약 발표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여·야 공약 모두 은행권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문제다. 예금자보호한도와 소상공인 보증공급액 상향은 은행의 출연금 추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대출금리 인하와 채무자의 상환 부담 완화 등도 은행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미 은행권은 지난해 12월 2조1000억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내놓고 올해 초부터 이자 캐시백을 시행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체 환급 예정액 1조5009억원 가운데 1조3455억원이 집행됐고, 자율프로그램 6000억원에 대한 집행 계획은 3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조96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 줄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거 적립한 데 더해, 4분기 실적에 민생금융 지원방안 관련 비용을 반영한 탓이다.

올해 전망도 좋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이익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인해 비이자이익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 및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비해 충당금도 충분히 쌓아야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여·야가 내놓은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사실상 은행권에 더 큰 부담을 지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잠재 부실을 대비해야 하는 시기에 필요 이상의 비용 부담이 은행권에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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