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나…5대 은행 예대율 ‘상한 100%’ 근접, NH농협만 안정적

시간 입력 2024-02-26 07:00:00 시간 수정 2024-02-23 17: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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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평균 예대율 96.2%…전년 대비 1%포인트 상승
기업대출 증가에 저원가성 수신 감소 맞물려
빡빡한 예대율에 기업대출 확대 전략 차질…수신 확보 속도

지난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 대비 대출금 잔액을 보여주는 예대율이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대신 경쟁적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자산시장 회복에 따라 수신 자금 일부가 투자 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조짐이 나타나면서 예대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예대율이 올라 시중은행의 대출 여력이 다소 축소된 가운데 농협은행만 안정적인 대출 관리를 통해 예대율을 낮췄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하나·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의 예대율은 96.2%로 전년(95.2%)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통상 은행들은 예대율이 10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은행이 대출을 내주면 그만큼 예금 잔액을 확보해야 하는데 예금으로 유입된 자금보다 대출이 더 많을 경우 자산건전성과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예대율이 너무 낮아도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자 못하다고 평가 받는다. 따라서 은행은 건전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규제 비율인 100% 아래로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

시중은행별로 예대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예대율이 가장 높은 곳은 국민은행으로 98.8%를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98.7%로 나타났고 신한은행이 96.2%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었다. 다만 95%에서 96% 초반대 수준을 유지하던 전년과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이 가운에 농협은행만 같은 기간 90.18%에서 88.45%로 예대율을 더 낮췄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원화예대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에서 다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의 예대율이 이처럼 1년 새 상승한 배경엔 기업대출 확대 전략이 있다.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되자 2022년 말부터 은행권에서는 경쟁적으로 기업대출 영업에 나섰고 회사채 발행보다 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 수요가 맞물리면서 기업대출 자산이 확대됐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0.2% 증가할 동안 기업대출이 8.5% 증가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시중 대기성 자금이 투자 시장으로 유입되는 머니무브 현상도 예대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계좌에 묶여 있던 시중 대기성 자금이 투자 시장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은행이 보유한 예금이 다소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5대 은행의 예금계좌에서 7조5433억원의 자금이 이탈한 반면 주식시장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인 종합사잔관리계좌 잔액은 28.4% 늘었다.

예대율이 100%에 아슬아슬하게 근접하면서 향후 대출 자산 확대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예대율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대출을 확대할 능력이 축소됐다는 의미인데 이런 상황에서 대출 자산을 무리하게 늘리면 예대율 규제 수준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올해 기업금융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수신 자금 확보를 통해 예대율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1조원 규모의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21일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자 시중은행은 예·적금 특판 상품과 금리 우대 혜택을 내놓으며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율이 상승하긴 했지만 너무 낮아도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보는 만큼 당장 위험 수준을 넘어서진 않았다”며 “예적금을 적극적으로 예치하고 커버드본드 발행 등 예대율 관리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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