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장사 비판 여론 확산하자…‘한국형 횡재세’ 도입 추진
“은행만 횡재세 부과…자본주의 규칙 어긋나”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감소 우려도

<사진=연합뉴스>
최근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둔 은행을 두고 여론의 눈초리가 따가운 가운데 이른바 ‘횡재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정치권 안팎으로 ‘은행 때리기’가 이어지자 상생금융 보따리를 풀고 있지만 논란이 좀처럼 가라않지 않으면서 세금으로 초과이익 환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횡재세가 여론에 의해 좌우되는 금융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주장과 함께 과도한 예대마진 올리는 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위기 극복 그리고 민생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 이익을 얻은 법인에 대해 소득세나 법인세 외 초과 이익을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제도로 초과이윤세라고도 불린다. 현재 횡재세 도입과 관련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과 양정숙 무소속 의원의 서민금융법 개정법률안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은행권의 기여금 조성 또는 횡재세 도입으로 만들어지는 세원으로 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횡재세 논의는 고금리 장기화로 역대급 이자이익을 올린 은행을 두고 비판 여론이 들끓으면서 점화됐다. 실제 3분기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거둬들인 이자수익은 누적 기준 30조9366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규모이다.
상황이 이렇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은행권을 향한 공세가 이어지면서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됐다.
일찍이 횡재세를 도입해 시행 중인 국가도 있다. 영국은 2028년까지 정유회사를 대상으로 35%의 횡재세를 부과한다고 공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얻은 반사이익에 세금을 매겨 환수한다는 것이 골자다.
유럽연합(EU) 역시 2018년 이후 평균 과세대상 이익 증가세가 20%를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33% 세율을 적용하는 횡재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횡재세로 인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도입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횡재세로 초과 이익 추구 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어 은행의 예대마진을 결정하는 가산금리 인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 때리가가 단순히 립서비스에서 그치지 않고 부당한 가산금리 인하와 횡재세 등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은행이 동일 회계연도 이내에 한국은행에서 공표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경우 해당 회계연도 동안 은행이 취득한 총 이자 순수익이 5년 평균 이자순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금액에서 일부를 환원해 은행의 수익 추구와 사회적 책임 간 균형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횡재세 도입이 여론에 좌우되는 포퓰리즘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을뿐더러 초과이익에 대한 이중과세는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의 모기업이 상장사인 금융지주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주주가치 훼손 등 자본시장에 미칠 악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횡재세는 자본시장 룰에 어긋나는 제도이다. 이익을 많이 내서 초과 이익을 환수한다는 논리로만 따지면 그간 막대한 수익을 거둔 삼성전자 역시 횡재세 부과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론에 의해 일관성 없이 정책이 좌우될 경우 투자자 이탈 등 자본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횡재세 도입이 아니라 서민 대상 대출 제한을 일부 완화하는 방법이나 은행의 금리 경쟁을 촉진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실행해야지 은행이 적자를 볼 경우 정부가 손실을 보존해줄 것도 아니면서 이익이 늘었다고 횡재세를 도입해 환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횡재세보다 기금이나 출연금 형태로 은행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자는 대안도 제시됐다. 은행은 지난 2021년부터 서민금융법 시행령에 따라 서민금융진흥원의 서민금융보완계정에 가계대출 잔액 0.03%를 출연하고 있다. 은행권의 출연 비율을 현행보다 2배 높은 0.06%로 올려 서민금융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횡재세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권에서는 횡재세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상반기 상생금융안을 내놓으면서 사회 공헌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하반기에도 고통 분담과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횡재세가 도입되면 투자자 이탈 가능성이 커지고 이익잉여금을 통해 확보하는 대손충당금 재원이 줄어들어 손실 완충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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