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0% 만장일치 동결
지정학적 리스크·국제유가…기준금리 결정 변수로 대두
이창용 총재 “불확실성 지난 몇 달과 비교해 더 커져”

한국은행이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3.50%로 묶었다.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예상경로에 부합하는 가운데 ‘상저하고’ 경기 반등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동결에 힘이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과 금리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한국 자금시장은 외화 유동성에 대한 변동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달 초 새롭게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더해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지는 상황이다.
경기대응을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에 요동치는 외화 유동성으로 인한 자금유출에 대한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여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최소화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1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2·4·5·7·8월에 이어 이달도 기준금리를 3.5% 동결한다고 밝혔다.
◇물가 둔화·불투명한 경기…금통위 만장일치 ‘동결’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물가상승률이 기조적 둔화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물가 및 성장 전망 경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불투명한 경기 상황이 꼽힌다. 국내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호전)’로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와 달리 수출 부진과 소비가 더디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수출(통관 기준)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해 올해부터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더디면서 반도체 수출이 14개월 연속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2분기(1분기 대비) 0.3% 감소하면서 소매판매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8월 산업활동동향 통계에서도 소매판매액지수는 내구재와 준내구재 소비 부진으로 전월 대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팔전쟁·주요국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가라앉는 경기에만 초점을 맞추기에는 가계 부채 문제와 환율 등 여러 변수가 한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4조9000억원 늘어 4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미 달러화가 상당폭 강세를 나타내는 등 주요 가격변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8일 기준 1350원까지 올라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무엇보다 이달 초 촉발된 이·팔전쟁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인접 국가로 확전 우려 속에 국제유가 WTI(서부텍사스산 원유)가 88.32달러로 2주 만에 최고가를 경신한 데다 지난해 7월 이후 1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한은 역시 이팔전쟁으로 물가 상방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총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으로 국제시장 영향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내년 물가상승 경로가 지난 8월 전망치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커졌고 2%대를 수렴하는 시점이 더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와 성장률, 가계부채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금통위원의 의견도 갈렸다.
지난 8월 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두고 만장일치로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이날 기준금리 결정에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여섯명 중 한명이 여러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3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긴축 기조는 향후 지속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다섯명은 불확실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 상황을 평가해볼 때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아졌고 물가상승률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져 지난 8월보다 긴축 강도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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