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은 회장, 취임 후 쌍용차·대우조선해양 성과 이뤄
KDB생명과 HMM 실사 진행 중…이르면 연내 매각 성공
무리한 행보 비난에도…“무엇보다 BIS비율 개선 시급해”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후 공격적인 기업구조조정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재 추진 중인 KDB생명과 HMM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며 강 회장의 성과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됐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무리한 매각 추진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누적 등으로 취약해진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우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매각 측은 이날부터 HMM 인수자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에 오른 하림과 동원, LX그룹에 실사를 허용했다. 산업은행은 이후 연내 중으로 본 입찰을 진행해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 등 KDB생명 매각 측은 지난 7월 12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를 선정하고 지난달부터 실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강석훈 회장 체제에서 그간 산업은행의 해묵은 과제가 해결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강석훈 회장은 지난 6월 7일 취임 이후 1년여 간 굵직한 현안을 다수 처리했다. 강 회장 역시 “취임 이후 가장 뜻깊은 성과를 꼽으라면 기업구조조정”이라고 자평했을 정도다.
우선 지난해 8월, 그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만년 부실에 허덕이던 쌍용차(현 KG모빌리티)에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하며 오랜 법정관리를 끝내고 흑자전환이라는 사업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했다.
아울러 취임 후 첫 목표로 삼았던 대우조선해양의 신속 매각을 취임 3개월만인 지난해 9월 한화그룹의 2조원 신규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며 발 빠르게 이뤄냈다.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는 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3년간 산업은행의 대표적인 해묵은 과제였다. 신규투자 유치 이후 8개월 만인 지난 5월 23일 대우조선해양은 최종적으로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으며 ‘한화오션’이라는 신규 간판을 달았다.

<사진=산업은행>
강 회장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HMM과 KDB생명 매각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상태다.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있어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신속한 매각이라는 네 가지 원칙에 입각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뚝심 있게 문제를 풀어나갈 경우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다.
HMM의 경우 매각작업이 차질없이 수행된다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DB생명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5월 75%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줄이고 이월결손금을 축소하는 한편으로 산업은행이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분 2160억원 전액을 매입함으로써 가용자본 관리도 용이하도록 한 만큼 매각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해서는 오는 10월 중으로 EU집행위원회가 인수합병(M&A) 심사를 마무리 짓게 될 경우 이르면 연내 중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 회장의 기업구조조정 행보가 다소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내비치고 있는 형국이다. 길게는 20여년 이상 이어오며 전 회장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해묵은 과제들을 취임 후 공격적으로 처리한 데 따라 발생 가능한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이 주요 현안기업에 대해 신속한 처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두고 산업은행의 재무적인 상황이 더는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산은이 지속적인 한전의 적자 누적으로 발생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산은은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 누적으로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2020년말 15.96%에서 2023년 1분기말 13.11%로 2.85%포인트 하락하는 등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전 손실에 따른 BIS비율 하락 영향만 1.95%포인트에 달한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13.56%으로 0.45%포인트 개선됐지만 여전히 국내은행 평균값인 14.88%에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금감원의 BIS비율 권고치는 13%다.
통상적으로 한전이 1조원의 손실을 기록하면 산은의 BIS 비율은 0.07%포인트 낮아진다고 보고 있다.
산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은 물론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난해 11월 이후 공기업 주식 1조원을 현물출자 받고 후순위채권 1조3000억원을 발행하는 등 자본확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산은이 최대주주로 있는 HMM 역시 통상적으로 주가가 1000원 하락할 때마다 BIS 비율 역시 0.07%포인트씩 하향되고 있는 상태다. 이 경우 1조8000억원 가량의 자금공급여력이 줄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은 산은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시급한 과제”라며 “강석훈 회장이 매각 과정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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