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CEO 처벌 범위 줄었어도 부담은 여전…금융지주, 시스템 마련에 고심

시간 입력 2023-06-26 07:00:11 시간 수정 2023-06-23 16: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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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대표이사,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 명시한 ‘책무구조도’ 구축 의무
잇따른 금융사고로 시스템 실패 판단 시 CEO에도 책임 소재 물어

일명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일컬어진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며 금융지주사의 고심이 깊어진 모양새다. 그간 수차례 거론돼왔던 중대 금융사고에 대한 대표이사(CEO)의 처벌 범위는 줄었지만 책무구조도 시스템 관리라는 또 다른 책임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현재 각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 마련을 위한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대상은 이사, 감사, 업무집행책임자 등 통상 C-레벨의 지배구조법상 임원으로 일반적으로 CEO, CRO, CCO 등의 직책이 해당된다. 국내 대형은행 기준 20~30여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책임 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 임직원의 기준 준수 여부와 기준의 작동 여부 등을 상시점검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는 앞서 지난 22일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전문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가 참석한 금융위원장 주재 간담회에서 당국이 발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해당 제도개선 방안은 펀드 불완전판매, 대규모 횡령 등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응하고자 금융권의 책임경영 확산 차원에서 추진돼 온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확정된 방안은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며 금융당국은 공청회와 업권별 설명회 등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개정 방안은 금융회사가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를 사전에 명확히 구분하고 각 임원이 금융사고 방지 등 내부통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책임자를 특정함으로써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로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번 제도개선 방안의 핵심인 ‘책무구조도’의 구축이 대표이사(CEO)에 맡겨진 만큼 금융사들의 고심은 더욱 깊은 상황이다.

책무구조를 명확히 한 만큼 금융사고 발생 시 소관책무 담당 임원이 이를 책임지게 됐지만, 내부통제 전반의 총괄 책임자로 CEO를 설정함으로써 책무구조도에 대한 관리의무를 부여한 만큼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판단될 경우 CEO에도 책임 소재가 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8월 출범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 운영 초기 당시 거론돼왔던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어 해임, 직무정지 등의 제재를 내리겠다는 방안이 빠져 한시름 놓았던 금융사 CEO 입장에서는 또 다른 책임의식이 주어진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개선안은 지난해 8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업계 의견을 수렴해 결정된 것인 만큼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라 주요 금융사들은 이미 ‘책무구조도’ 마련을 위한 단계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아울러 내부통제 방안 역시 그간 꾸준히 시행돼왔던 만큼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형 은행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은 지난 2019년부터 이어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F),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 각 계열사 별 다양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해 둔 상태다.

세부적으로 우리금융지주 계열 우리은행은 최근 신검사업무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발표하며 전 그룹사 대상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선포했다. 이에 앞서 내부통제 강화에 힘을 쏟기 위해 임종룡 회장 직속으로 ‘기업문화혁신 TF(회장 및 자회사 CEO 협의체)’를 신설했으며 ‘그룹 내부통제 현장자문단’을 출범하고 연세대 법무대학원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도 개설했다. 아울러 사업그룹별로 별도의 준법감시 전문인원을 배치해 내부통제 업무를 강화했다.

신한금융지주 계열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말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준법경영부를 신설하고 현장 밀착형 사전통제를 위해 전문 인력이 지역본부로 전진 배치돼 준법 감시 활동을 직접 수행하도록 했다. 신한금융 측은 신한은행의 도입을 시작으로 전 계열사로의 확대도 지속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지주 계열 하나은행 역시 준법지원부를 통해 내부통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 3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된 그룹임원간담회 자리에서 경영의 투명성, 신뢰성 제고를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및 책임의식 고취를 최우선 과제로 앞세운 만큼 추가적인 제도 마련을 검토 중에 있다.

KB금융지주 계열 KB국민은행 역시 준법지원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NH농협금융지주 계열 농협은행도 지난해 말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전산 모니터링 프로세스인 금융 소비자 보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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