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이익’ 확대 고심 중인 은행권…“자산관리 역량 강화 선결돼야”

시간 입력 2023-06-09 07:00:12 시간 수정 2023-06-08 1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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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1분기 비이자이익 비중 12.5%…수익원 한계 명확
투자일임업 허용 요구에 증권업계 거센 반발
외부 협업·비대면 서비스 등 자산관리 역점

한 자릿수대로 급감한 비이자이익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은행권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다만 확실한 수익원으로 꼽히는 투자일임업에 대한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최우선으로 영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국내은행의 총이익 16조8000억원 가운데 비이자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2.5%(2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9.4%보다 3.1%포인트 커졌다.

이자장사 비판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비이자이익 비중이 늘었음에도 은행권은 마냥 웃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사실상 전년도 비중이 너무 적은 데서 온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연간 총이익 가운데 비이자이익 비중은 2018년 12.1%에서 2019년 14.0%, 2020년 15.1%까지 올랐으나, 2021년 13.2%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5.7%로 2014년 이후 8년 만에 한 자릿수 비중을 기록했다.

미국 은행과 비교해보면 그 비중은 더욱 낮은 수준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한미 은행 간의 수익구조 및 수익성 비교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최근 5년 평균 비이자이익 비중은 30.1%로 국내은행을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이 낮은 배경으로 금융 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을 꼽았다. 해외 은행들은 계좌 유지나 예금 인출 등 기본적인 업무 수수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했지만, 국내은행의 경우 이를 무료 또는 원가 이하로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료 또는 원가 이하로 제공되던 서비스에 대해 수수료율의 상향 조정이 절실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결국 새로운 수수료 수입원을 발굴하거나 기존 영업전략을 수정해 수수료 증가가 예상되는 서비스 부문을 강화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은행권은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규제를 완화해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의 자산관리서비스 선택권도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주관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제8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도 되풀이됐다. 당초 은행만 겸영하던 신탁업을 2005년에 증권사, 2007년에는 보험사도 겸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니, 투자일임업에 대한 은행권의 진입장벽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투자일임업을 영위 중인 증권업계의 반발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겸영이 전업주의 아래 금융지주 내 겸영만 허용하고 있는 현재 금융시스템의 큰 틀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투자일임업 허용에 대해선 신중을 기했다. 투자일임업 허용에 따른 은행권의 리스크가 무엇인지, 또 금융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이 있을지 등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우선 현재 허용된 범위 내에서 자산관리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직개편으로 관련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는 한편,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 외부와의 협업도 이어가는 중이다. ‘초개인화’에 방점을 둔 비대면 서비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권은 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과 대환대출 플랫폼 시행 등으로 이자이익 중심의 영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자산관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수익원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노력”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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