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절판 마케팅 또 다시 기승…불완전판매 근절 노력 어디로?

시간 입력 2023-06-08 07:00:10 시간 수정 2023-06-08 04: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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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20% 신설 소문에 고객 가입 유도 늘어
실제 개정 진행 계획 없어…믿고 가입한 소비자 피해 우려

보험 상품 불완전판매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절판 마케팅’이 또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신설과 관련해 사실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고 거짓된 소문을 영업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일부 보험사의 에이전시 매니저(Agency Manager, AM) 지점 및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등은 소속 설계사들에게 운전 중 사망사고 발생 시 자기부담금이 0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어나는 등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이 20% 신설될 예정이라며 6월 한 달밖에 기회가 없으니 고객들을 당장 가입시키라는 6월 특판 문자를 전송했다.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 처리지원금, 변호사 선임 비용 담보에 대해 자기 부담금을 최대 20%까지 추가할 예정이라는 소문에 따른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같은 영업 방식을 ‘절판 마케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특정 상품의 신규 가입이 종료되기 전이나 특약, 예정이율 등의 변동이 예정된 경우 설계사들이 이 같은 내용을 적극적으로 앞세워 판매를 촉진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GA 소속 설계사들에게 발송된 영업 관련 문자 캡처 <사진=CEO스코어데일리 DB>

당국에서는 이를 불완전판매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추진하는 등 사실상 제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 초 운전자보험 자동차부상치료비 특약 개정을 앞두고 ‘지금이 막차’라는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렸다”며 “이에 앞서 4세대 실손보험 출시와 무·저해지보험 판매 중단 등의 이슈에서도 절판 마케팅이 행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20% 신설’ 이슈가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상품 개발 단계를 밟았던 보험사나 실제 출시 예정인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7월부터 자기부담금 20%가 신설될 것이었다면 최소 몇 달 전부터 상품 신설·개정 등과 관련한 과정이 진행됐어야 한다”며 “논의와 검토 등만 진행됐던 만큼 애당초 7월 출시는 불가능했던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손해보험협회 측에서 공식적으로 자기부담금 설정과 관련해 보험사들의 구체적인 출시계획 및 일정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6월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이 진행됐다는 점은 여전히 보험사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보험영업검사실에서 제재조치를 요구받은 건수는 14건에 달한다. 지난해 한 해 동안 22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작년의 64% 가량을 채운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통상적으로 보험영업검사실을 통한 제재조치는 보험 상품의 불완전판매와 연관됐다는 점에서 설계사의 영업 방식 문제는 여전하다고 꼬집고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절판마케팅 방식은 가입자에게 유리한 보장이 사라지기 전 상품을 가입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이를 앞세워 고객의 니즈와 상관없는 상품을 권유하는 행위”라며 “결국엔 소비자의 민원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앞서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역시 “보험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닥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10년 전 절판 마케팅을 통해 공격적으로 판매했던 저축보험의 만기도래”라며 “업계에서 오랜 관행처럼 행해진 절판 마케팅은 장기적으로 보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시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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