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은행 겨눈 공정위…금리담합 근거는 ‘글쎄’

시간 입력 2023-03-17 07:00:01 시간 수정 2023-03-16 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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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6개 은행 대출금리 담합 조사
가산금리 편차 확연…주담대 2.45%포인트 차
담합 규명보다는 은행권 압박 수단되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은행권 금리담합 여부에 대한 현장조사가 마무리되면서, 그 결과에 금융권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는 향후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은행권은 금리 산정 과정에 담합은 있을 수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금리담합 여부를 놓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IBK기업은행을 조사하고 있다. 이달 초 현장조사를 마친 공정위는 확보한 자료에 대한 검토를 거쳐 이해관계인에 대한 진술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별도의 제보나 신고 없이 공정위 직권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이자 장사와 과점 체제를 지적한 뒤 12일 만에 동시다발적인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은행 간 담합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이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가산금리는 각 은행이 차주의 신용도나 대출 만기, 업무원가 등의 요소를 계량화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지난달 일반신용대출 신용등급별 금리 현황을 살펴보면, 신용점수 901~950점 구간 가산금리는 하나은행이 4.13%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은행 3.36%, 신한은행 3.25%, 농협은행 3.06%, 우리은행 3.01%, 기업은행 2.31% 순으로 집계됐다.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는 신한은행 3.14%, 하나은행 2.97%, 우리은행 2.87%, 국민은행 2.69%, 기업은행 1.57%, 농협은행 0.71% 순이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의 격차는 무려 2.45%포인트에 달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 대출금리는 시장 상황 및 개별은행의 경영 전략 등에 따라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은행연합회는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이를 여러 차례 개선해 왔다”고 말했다.

금융권 현장조사 이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상당히 성급하게 접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대 은행과 SC제일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담합에 대한 조사에서도 공정위는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공정위의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도 시중은행 금리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담합행위 주요 감시대상 분야’의 민생 분야에는 에너지, 가정용품, 통신장비, 아파트 유지보수 등이 언급됐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공정위의 직권조사가 담합 적발보다는 금융권 압박을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들어 금융권에 대한 당·정·청의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지자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하, 취약차주 지원 방안 등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은행별 산정체계가 다르고 이를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기 때문에 담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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