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은행, 세계인을 고객으로…‘디지털 전환’ 전략 가속

시간 입력 2022-05-25 07:00:09 시간 수정 2022-05-24 17: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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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국내기업 대상 금융서비스 치중했던 국내 해외법인
디지털 기술‧현지 맞춤형 서비스와 마케팅으로 리테일도 집중공략

<자료=각 사>

시중은행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추진, 현지 교민과 기업을 넘어 리테일 시장까지 겨냥하며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간 국내 시중은행의 해외법인들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주 고객으로 한 기업금융 수익에 치중해 왔다.

그렇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디지털 기술력과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현지 소매금융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높이며 ‘K-금융’을 전파하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해외 시장에서의 리테일‧기업고객 전용 온라인 플랫폼을 개선하거나, 혹은 디지털 사업을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꾸리는 등 대대적인 디지털 강화를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베트남 법인 내 디지털 사업만을 전담하는 조직을 출범시켰다. 디지털 총괄 조직인 ‘퓨처 뱅크 그룹(Future Bank Group)’는 ‘은행 속 은행(Bank in bank)’ 형태의 독립 조직으로, 디지털 금융에 빠르게 대처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를 통해 기존 43개 오프라인 영업점 채널과 함께 디지털을 활용한 리테일 사업부문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비금융 사업에도 열심이다. 베트남의 ‘쿠팡’으로 불리는 이커머스 기업 티키(Tiki)의 지분을 인수, 온라인 유통 사업에도 간접적으로 진출했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은 전체 해외법인 중 수익 비중이 32%에 달해 가장 높다. 청년인구가 많아 모바일 금융 수요가 높다는 점도 디지털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내 못지 않게 글로벌 시장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중요해지면서 베트남 현지 우량 디지털 플랫폼과 제휴 및 유망 중소형 플랫폼과의 전략적 동맹을 통한 서비스를 선보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미국 현지법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이 최근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업체인 ‘코리니(Koriny)’와 협약을 맺고, 모기지대출‧기업대출 연계 등 부동산 관련 금융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은 미국 내 한인 은행 중 최초로 미국 내 비거주자 대상 부동산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코리니의 온라인 기반 챗 상담 서비스와 연계하면 미국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한국 내 잠재 고객의 수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은 지난해 1009억400만원의 영업수익을 내며 국내 4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현지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낸 바 있다. 미국 내 한인은행 중에서도 자산 순위로 뱅크오브호프, 한미은행에 이어 3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하나은행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주력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두 시장 모두 모바일 금융의 이용률과 성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역시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지역이다.

특히 중국하나은행은 지성규 전 행장 시절부터 공을 들여 온 지역으로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앞서 중국하나은행은 2019년 비대면 소액 모바일 대출을 출시하며 모바일금융 시장에 적극 대응했다. 그 결과 올해 중국 내 한국계 은행 중 최초로 개인 대출액 100억 위안(한화 약 1조9000억원)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손잡고 ‘라인뱅크’를 내놓았다. 마치 국내의 ‘카카오뱅크’가 모바일 메신저 앱 ‘카카오톡’과 결합해 빠르게 대중화에 성공한 것처럼, 현지의 라인 고객층에 힘입어 출범 3개월만에 고객 수 20만명을 확보했다.

4대 은행 중 해외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 꼽히는 KB국민은행도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외시장 영향력 증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부코핀은행은 ‘NGBS(차세대은행시스템)’ 개발에 착수, 현지 디지털 뱅킹 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또 국내 공식 모델이기도 한 메타버스 콘셉트의 아이돌그룹 ‘에스파(aespa)’를 현지에서도 공식 모델로 기용, ‘K-POP’ 인기가 높은 동남아 MZ세대 고객층 사로잡기에 나섰다. 에스파가 등장한 KB부코핀은행의 홍보 콘텐츠는 SNS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지도 늘리기에 기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글로벌 대형 금융사에 밀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국내 은행들이 최근에는 디지털 역량을 앞세워 현지 리테일 고객 맞춤형 전략을 취하는 모습”며 “아시아뿐 아니라 미주, 유럽 등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보이는 등 K-금융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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