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세에 쫓긴 지방은행…1년 새 점포 44곳 줄여

시간 입력 2021-09-03 07:00:04 시간 수정 2021-09-02 16: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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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구은행, 13곳으로 가장 많아
금융 취약계층 '사각지대' 내몰릴 우려도

지방은행의 영업점이 1년 새 44곳이나 줄었다. 은행권에 디지털 전환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리스크로 거점 지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영향이다. 영업점 축소는 지방은행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지만 농어촌 지역에 분포한 금융 취약계층의 서비스 접근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지방은행 5곳(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의 국내 영업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4곳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207→194)과 대구은행(204→191)은 각각 13곳씩 줄며 가장 많았다. 경남은행(156→146) 10곳, 전북은행(95→89) 6곳, 광주은행(142→140) 2곳으로 뒤를 이었다.

최근 디지털 금융과 비대면 영업이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점포의 효율성은 갈수록 악화하는 추세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급성장은 지방은행의 시장 지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상반기 11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출범한 지 불과 4년 만에 광주은행(1037억원)과 전북은행(775억원)의 순이익을 넘어선 것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2분기 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들은 영업점 통폐합을 가속하고 여기서 절감된 비용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에 서두르고 있다. 경쟁사로 꼽히는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도 주저하지 않았다.

광주은행은 지난 2월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와 서비스·마케팅 업무협약식을 맺은 뒤, 4월에는 양사 간 인적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송종욱 광주은행장은 7월 직접 토스 사옥을 찾아 이승건 대표이사와 만나 디지털 금융시대의 전환에 따른 금융서비스의 혁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밖에 경남은행은 토스·카카오페이·뱅크샐러드·핀크 등 10개의 핀테크 기업과 협력해 대출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전북은행 등도 핀테크의 대출비교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은 거점 지역 기업대출에 집중됐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위해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 전략이 진행될수록 오프라인 영업점 통·폐합 역시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단 및 연령대별 현금인출 횟수 및 금액. <자료=한국은행>

다만 지방은행의 영업점 축소로 디지털 금융 취약계층이 금융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금융기관 창구 인출이 타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5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금융기관 창구를 통한 회당 인출금액이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지방은행이 분포한 지역 특성상 노령 인구가 많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점포 수 줄이기는 지적 대상이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권의 영업점 축소에 대한 관리감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은행 영업점 폐쇄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올해 2월 은행 경영공시 항목에 영업점 신설·폐쇄 관련 세부 정보 현황을 추가하도록 압박 중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오프라인 영업망 감소는 온라인 기반으로 금융거래 환경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추세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점포 감소에 따라 금융소비자, 특히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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