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변화 택한 정은보 금감원장, ‘시장친화’ 기조 시험대

시간 입력 2021-09-01 07:00:13 시간 수정 2021-08-31 17: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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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 아닌 지원”…신규 인사 통한 조직 변화 ‘예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상대 항소 여부, 하나은행 제재심 결론에 ‘촉각’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시장 친화적 행보를 예고하면서 윤석헌 전 금감원장 체제 하에 강경했던 금융감독 기조가 변할지 관심이 쏠린다. 곧 단행될 신규 인사가 정 금감원장의 금융감독 정책을 읽을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은보 금감원장이 수석부원장 1명을 포함해 부원장 3명, 부원장보 9명, 전문심의위원(부원장보) 1명 등 총 14명의 임원에게 요구한 사표는 후임자가 정해진 뒤 순차적으로 수리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중징계와 관련한 행정소송이 이번 인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이번 판결과 무관한 새로운 임원을 등용하겠다는 정 금감원장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금융권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가 정당성을 상실한 상황”이라며 “흔들린 금감원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만큼 이에 따른 인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 소재에 따라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내린 중징계와 관련해 취소 판결을 내렸다.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이 아닌 ‘준수’ 여부를 두고 징계를 내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정 금감원장은 윤 전 금감원장의 ‘규제’ 감독 기조와 상반된 ‘지원’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고한 만큼 신규 인사를 통한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금감원장이 직접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원장보직 10명이다. 부원장의 경우 금감원장이 제청해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한 뒤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정 금감원장의 금융감독 기조는 인사 정책 외에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을 상대로 한 항소 여부와 이달 초 재개될 하나은행 제재심의위원회 결과에서도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달 6일 취임사를 통해 ‘금융시장과 활발한 소통은 물론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상황에서 두 사건의 결론이 향후 기조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급작스러운 기조 변화 보다는 완화적인 움직임이 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판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전 금감원장이 금융위와 상반된 기조를 펼쳤던 것과 달리 정 신임 금감원장은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합을 맞춰 금융시장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한 금융당국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둘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윤 전 금감원장의 색채를 지우기 위한 갑작스러운 기조 변화는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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