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쏠림 우려…경찰청, 우협 대상자에 기술력‧배상능력 고려
중소사 대상 2회 유찰 뒤 일반경쟁…두나무, 보안·운영·대응체계 부각

<사진=두나무>
경찰청의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두나무가 선정되면서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시장 내 ‘대형사 쏠림’ 현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공공 수탁시장까지 진출하게 되면서, 중소 커스터디 사업자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결과를 두고 두나무의 시장 독과점보다는 공공 압수자산 관리에 필수적인 보안 인프라와 손실 책임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공공 압수자산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운영 안정성과 사고 대응능력이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 제안 평가에서 두나무를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해당 사업은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민간 전문기관에 위탁해 보관·관리하는 사업으로, 규모는 2억 6700만원이며 계약 기간은 1년이다.
두나무는 기술평가(90%)와 가격평가(10%)로 구성된 이번 입찰에서 종합평점 94.73점(입찰가격 10점, 기술평가 84.73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한국디지털자산수탁이 91.29점, 헥토월렛원이 87.27점을 기록했다. 기술평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만큼, 가격보다는 보안·운영·대응 체계가 사업자 선정의 핵심 변수였던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형사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두나무가 법인·기관 대상 ‘업비트 커스터디’에 이어 공공 압수자산 사업까지 맡게 되면, 거래와 보관, 공공 레퍼런스(사업 실적)가 한 사업자에게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커스터디 전문 업체들 사이에서는 공공 수탁시장마저 대형 거래소 중심으로 재편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반면 두나무 측은 이번 사업의 명분이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업은 민간의 먹거리를 나누는 성격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확보한 범죄 수익이자 국가가 관리해야 할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공적 영역이라는 논리다. 보관 중 해킹이나 오송금, 개인키 분실 등 사고가 발생하면 민간 고객 피해를 넘어 국가 재산 손실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은 수수료보다는 사고를 방지할 기술력과 손실 배상능력(재무건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사업은 당초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중소기업 대상 입찰이었으나, 적격 사업자를 찾지 못해 두 차례나 유찰된 바 있다. 이후 경찰청이 조건을 완화해 일반 경쟁 입찰로 전환하면서 두나무의 참여가 가능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전문 업체들이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다면 초기 단계에서 사업을 따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이 제시한 요구 조건 또한 까다롭다. 사업자는 가상자산을 100%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하며, 24시간 대응 체계를 갖추고 손실 발생 시 전액 배상해야 한다. 이는 단순 기술력을 넘어 상시 운영 인력, 내부통제, 사고 대응 프로세스, 재무적 배상능력을 포괄하는 수준이다. 이는 중소 사업자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 있으나, 압수물 관리 실패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경찰청 입장에서는 낮추기 어려운 기준이다.
두나무는 지난해 5월 ‘업비트 커스터디’를 출시하며 법인·기관 수탁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해당 서비스는 다자산연산(MPC)과 분산 키 생성(DKG) 기반의 다중 관리 체계를 적용해 단일 키 유출 위험을 낮췄으며, 지갑 분리, 결재 구조, 자금세탁방지(AML), 이상거래탐지(FDS) 체계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번 계약은 두나무가 공공 영역에서 확보하는 첫 레퍼런스가 될 전망이다. 계약 금액은 크지 않지만 상징성은 적지 않다. 경찰청 사업을 계기로 다른 공공기관의 가상자산 보관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코인베이스 프라임을 통해 압수 자산을 관리하는 사례처럼, 공공 부문은 앞으로도 안정성을 갖춘 대형 인프라 사업자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사업의 핵심 쟁점은 ‘두나무의 대형사 여부’가 아니라 ‘공공 압수자산을 맡길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가’이다. 시장의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국가 자산 관리 사업에서는 안정성과 책임능력이 무엇보다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이번 경찰청 사업은 향후 공공 가상자산 수탁시장의 표준 진입 기준을 정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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