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공정위 기업결합 신고…조원태 측 추월 가능성
산은 10.58% 통합 후 매각 검토…처리 시점 주목
내년 3월 독립이사 3명 임기 만료…집중투표제 변수
호반그룹이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을 앞섰을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 2일 조 회장은 한진칼 주식 370억원어치를 사들이겠다고 공시했다. 조 회장 측 우호 주주의 지분이 많아 당장 경영권이 바뀔 가능성은 낮지만,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의 처리 방향과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항공사 출범을 44일 앞둔 시점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한진칼 지분 추가 취득에 따른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거래법은 상장사 지분을 15% 이상 보유한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가 추가 취득으로 처음 최다출자자가 되면 기업결합을 신고하도록 한다. 호반그룹 측은 신고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최대주주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진칼은 지난 2일 미확정 해명 공시를 내고 늦어도 오는 12월 1일까지 다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 소식에 같은 날 한진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80% 오른 13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일에는 상한가인 17만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공시된 지분율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6월 말 기준 20.57%, 호반그룹이 7월 10일 기준 20.15%로 양측 차이는 0.42%포인트였다.
조 회장 측과 호반그룹의 지분 차이는 올해 들어 빠르게 줄었다. 지난해 말 1.78%포인트였던 차이는 6월 말 0.74%포인트로 좁혀졌다. 2022년 사모펀드 KCGI가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가 된 호반그룹의 7월 기준 누적 순매수 금액은 8782억원이다. 7월 10일 보고 이후 호반그룹의 지분 변동은 공시되지 않았다. 지분 5% 이상 주주라도 보유 비율 변동이 1%포인트에 못 미치면 보고 의무가 없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주당 11만4000원, 총 370억5000만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매도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거래는 오는 12월 3일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매입 목적은 ‘책임 경영 강화’다. 거래가 끝나면 우선주를 포함한 조 회장 개인 지분율은 5.75%에서 6.23%로 오른다. 한진칼은 이번 매입이 예전부터 준비해 온 사안으로 알고 있으며 호반 측 움직임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호반그룹이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경영권이 곧바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6월 말 기준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14.90%, 산업은행은 10.58%, 국민연금은 5.11%를 보유했다. 조 회장 측 지분에 델타항공과 산업은행 지분을 단순 합산하면 46.05%다.
호반그룹의 표결 방향은 올해 3월 26일 정기 주총에서 확인됐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93.77%의 찬성률로 가결됐고, 호반그룹은 이 안건에 찬성했지만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는 반대했다. 한진칼 이사회에 호반 측 인사는 없다. 호반그룹은 지난 2일에도 지분 보유 목적이 ‘단순투자’ 그대로라는 입장을 밝혔다.
◇산은 “통합 마무리 후 매각 검토”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마무리된 뒤 한진칼 지분 매각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 지분은 산업은행이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며 약 5000억원에 취득한 것이다. 당시 산업은행은 한진 측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조 회장이 퇴진하도록 하는 조건을 달았다.
통합 대한항공이 오는 12월 17일 출범하면 산업은행이 이르면 연내 매각 검토에 착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실제 매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에서는 매각 시점이 오더라도 상대를 정하는 일이 산업은행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 조 회장 측 우호 주주에게 넘기면 경영권 방어를 지원했다는 비판이, 호반그룹에 넘기면 국책은행이 경영권 이동을 결정했다는 논란이 나올 수 있어서다.
◇산은 추천 독립이사 3명, 내년 3월 임기 만료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는 이사회 구성이 바뀔 수 있다. 독립이사 7명 가운데 배성례·송백훈·홍동표 이사는 산업은행 추천으로 2024년 3월 선임돼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이사 선임 방식도 달라졌다. 지난 9월 10일 시행된 2차 개정 상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 이사 2명 이상을 함께 선임할 때 주주가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해 행사할 수 있어, 지분이 적은 주주도 지분율에 비례해 이사 선임을 시도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가 약 4조1400억원인 한진칼도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호반그룹이 이사 후보를 추천하려면 지분 보유 목적부터 바꿔 공시해야 한다. 보유 목적 공시는 의결권 행사와 직결된다. 2020년 한진칼 경영권 분쟁 당시 반도건설은 보유 목적 변경을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5%를 넘는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한진칼 지배구조를 둘러싼 일정은 연말부터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한진칼은 12월 1일까지 최대주주 관련 사항을 다시 공시해야 하고, 조 회장의 주식 매입은 12월 3일로 잡혀 있다. 내년 3월에는 한진칼 정기 주총과 통합 진에어 출범이 예정돼 있다. 호반그룹의 보유 목적 변경 여부와 산업은행의 지분 처리 시점이 한진칼 지배구조의 방향을 정할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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