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투사 노리는 우리투자, 1위 굳히는 한투…증권가 증자 경쟁
“지주사의 전폭적 지원”…자본 규모 간 ‘부익부’ 빈익빈 심화
올해 증권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증시 호황에 따라 증권업계로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선 것이다. 자본 규모가 영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증권사 간 순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4곳이 최근 결정한 유상증자 규모는 총 3조6000억원이다. 대부분 지주사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이다.
이는 그룹 내 증권사의 수익 창출력이 중요해지자 지주사가 전폭적인 자금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까지 이어진 증시 시장의 호황기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권사로 몰리자 지주사들이 자금 수혈을 통해 외형 확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지난 2월 한국투자증권은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를 통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12조7095억원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4월 우리금융지주의 지원 아래 1조원의 실탄을 확보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 달성에 가까워졌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2252억원으로 증자 후 11번째 종투사 지정이 유력한 교보증권(2조1621억원)의 자기자본을 넘어서게 됐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KB증권과 NH투자증권도 각각 7000억원, 4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KB증권은 대규모 증자를 바탕으로 IB 영역을 확장해 지주의 비은행 부문 수익을 견인하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NH투자증권 역시 선제적인 체급 증대를 통해 자본시장 내 내실을 다지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는 단기적 자본 확충을 넘어 미래 성장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확보된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이은 증권업계 유상증자는 규모의 경제를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과 같은 대형사는 자본 확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더욱 강화하게 됐다. 조 단위 기업금융 딜 수임 경쟁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진입자의 추격도 가속화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주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종투사 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종투사 지위를 확보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대형 기업금융 업무가 가능해져 기존 상위권 증권사들과 직접적인 경쟁이 이뤄진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사가 우리금융그룹의 증권사로 2024년 8월 출범 시 밝힌 5년 후 종투사, 10년 후 초대형 IB도약의 로드맵에 따라 그룹에서 비은행 계열사 육성 차원에서 증자를 결정했다”며 “생산적 금융 전환과 관련해 모험자본 공급 여력 확대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본 확충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본 규모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장 환경에서 지주사 등 모기업 지원을 받기 어려운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 딜 참여 기회를 확보하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
대형사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량 딜을 선점하고 수익 다각화에 나서는 반면 중소형사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특정 분야에 편중된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 러시가 증권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고착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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