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자회사 GA 설립 잡음 끊이지 않는 이유

시간 입력 2023-05-08 07:00:05 시간 수정 2023-05-04 15:15:40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흥국생명, 자회사 GA 승인…제판분리 초석 될까
노조 “제판분리에 따른 고용불안 이어질 것”…갈등 첨예
미래에셋·한화생명, 제판분리 이후 경영 효율성 개선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조와 금융정의연대가 지난달 27일 서울시 영등포구 소재의 금융감독원 앞에서 흥국생명의 자회사 졸속승인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이지원 기자>

보험업계에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의 제판분리(보험상품의 제조와 판매 채널 분리)를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회사형 GA 및 제판분리로 인한 고용불안 문제는 여전히 노조와의 갈등 요소로 자리하고 있는 상태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보험영업을 위한 자회사형 GA의 설립을 승인받았다. 판매 채널의 다양화를 통해 수익 구조 다변화 효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골자다.

흥국생명 측은 GA를 설립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제판분리의 목적으로 활용할 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현재 GA 설립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승인만 난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제판분리 등 정해진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전속설계사를 어느정도 이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흥국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1499명에 달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제판분리 단행을 위한 초석으로 보고 있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해 9월 제판분리를 단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차례 GA 인가를 신청했다가 내부적인 사정으로 철회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18년에도 GA 설립을 추진했지만 적정 유동성 비율 탓에 이행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효율성을 내세워 제판분리를 완료한 대표적인 보험사는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다. 이 역시 자회사 GA로의 인력 이동 과정에서 크고 작은 내홍을 겪었다.  

◆ 보험업계 전반, 제판분리 가속화 추세…경영 효율성 개선 차원

최근 들어 보험사는 본사 ‘전속설계사’ 조직을 자회사형 GA로 이동하는 제판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추세다. 보험회사는 상품과 서비스 제조를, GA는 판매를 담당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강점에 이미 주요 금융 선진국에서는 안착된 경영 전략이다.

특히 전속설계사와 달리 GA소속 설계사는 자사 상품뿐만 아니라 타사의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 상품까지도 판매가 가능해 영업적인 부문에서 유리하다. 아울러 개발과 판매를 각각 전담하기 때문에 보험 전문성 고도화와 더불어 경쟁력 및 조직력도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제판분리를 성공적으로 단행한 케이스로는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 손꼽힌다. 실제 지난 2021년 자회사형 GA를 출범한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의 사업비율은 제판분리 단행 이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비율은 보험료 수익에서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험사의 경영 효율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된다.

2021년 3월 업계 최초로 제판분리를 단행한 미래에셋생명의 사업비율은 2021년 1분기 29.82%에서 지난해 말 19.99%로 9.83%포인트 개선됐다. 같은 해 4월 제판분리를 진행한 한화생명의 사업비율 역시 같은 기간 13.34%에서 9.00%로 4.34%포인트 개선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GA 설립을 통한 제판분리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1월 텔레마케팅(TM) 전문 자회사 ‘마이엔젤금융서비스’를 출범하고 업계 최초로 본사 TM 조직을 분리한 형태의 제판분리를 단행했다. KB라이프생명의 전신인 푸르덴셜생명 역시 지난해 6월 자회사 GA ‘KB라이프파트너스’를 설립하고 제판분리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회사가 제판분리를 단행할 경우 회사가 갖고 있던 전속 설계사 조직을 자회사 형태로 이관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점포운영비 등 고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아울러 보험사는 상품 판매나 자산운용 등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전문성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향후 보험업계의 자회사 GA 설립 추세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회사는 현행 자체 판매채널만의 상품 공급으로는 GA나 플랫폼기업을 상대로 마케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판매자회사 설립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제판분리 시행 따른 고용불안 우려 잇따르지만…영업 기회 확대 강점 존재

다만 자회사형 GA를 활용한 제판분리가 단행될 경우 뒤따르는 고용 불안 문제는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한 노조 측과의 갈등도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사무금융노조연맹 측은 자회사형 GA 설립이 무분별한 조직 쪼개기를 야기한다고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백창용 사무금융노조 흥국생명보험지부장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회사로 넘어갈 경우 전국 지점의 직원들이 본사로 오게 된다”며 “이 경우 본사 인원이 포화되며 구조조정 역시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우려를 표했다.

제판분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조와의 고용 관련 분쟁이 불거지는 사례를 당연한 수순처럼 지나쳐 왔다. 지난 2021년 자회사형 GA를 설립하고 제판분리를 단행한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도 지금의 흥국생명과 유사한 갈등을 겪었으며, 구조조정에 대한 불씨가 GA 설립 갈등의 직접적 원인으로 다가서고 있다. 

김일영 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업종본부장은 “지난 5년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한국 시장에서 무분별한 조직 쪼개기로 인해 보험회사의 내근조직과 설계사 조직의 고용불안을 야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연맹 위원장 역시 “보험사들이 보험 전문성 고도화와 경쟁력 제고라는 명목 아래 제판분리를 선언하고 있으나 실상은 전속 설계사의 고용보험료 부담 회피와 금소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판매리스크 회피, 인력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국내 보험시장 포화로 경영난이 가중된 보험사 입장에서는 효율성 강화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만큼 GA 설립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수료 극대화를 위한 불완전 판매 성횡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GA 설립을 통해 자사 설계사를 몰아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며 제판분리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팔 수 있는 만큼 설계사에게도 더 좋은 영업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면서 “제판분리를 통한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