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영업익 97% 급감…“수신료보다 큰 콘텐츠 비용” 구조 고착화
MPP 결합판매·콘텐츠 대가 갈등 심화…플랫폼-PP 간 수익 배분 불균형 확대
정부 대응 지연 속 산업 붕괴 우려…데이터 기반 산정·통합 규제 체계 요구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국내 유료방송 생태계가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확산과 급격한 디지털 전환 속에서, 케이블TV 업계는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콘텐츠 대가를 둘러싼 충돌은 더욱 심화되며 유료방송 전반의 균형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4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2014년 2조3000억원에서 2024년 1조5000억원으로 약 3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500억원에서 148억원으로 97% 급감하며 사실상 수익 구조가 붕괴된 상태다.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콘텐츠 대가 배분 구조의 불균형이 지목된다. 유료방송 시장은 IPTV, 케이블TV(SO), 위성방송 등 플랫폼 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 수신료를 기반으로 한 수익 배분 구조로 운영된다. 시청자가 납부하는 수신료의 일부를 콘텐츠 대가로 PP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OTT 확산으로 유료방송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제한된 재원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특히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의 ‘결합판매’ 관행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기 채널을 앞세워 비인기 채널까지 묶어 판매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SO의 채널 편성 자율성이 제약받고, 개별 채널의 시장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대가 수준을 둘러싼 입장 차도 뚜렷하다. PP업계는 방송 콘텐츠 제작자 몫이 41.4%에 그친다며, 영화(50~55%), 웹툰(70%), 음원(65~70%) 등 타 콘텐츠 산업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기준지급률 제도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딜라이브, LG헬로비전, KT HCN 등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블TV 산업 위기 극복과 공공성 회복을 촉구했다. <사진=케이블방송 노동조합>
반면 SO업계는 이미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입장이다. 프로그램 사용료가 수신료 수익의 90%를 넘어섰고, 일부 사업자의 경우 116%에 달하는 등 ‘수신료보다 더 큰 콘텐츠 비용’ 구조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 비용 부담이 플랫폼 사업자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동계 역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딜라이브, LG헬로비전, KT HCN 등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블TV 산업 위기 극복과 공공성 회복을 촉구했다. 또한 김종철 위원장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미디어발전위원회(가칭)’ 구성과 통합 미디어 규제 논의가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케이블방송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거대 통신사의 결합상품 규제 공백 속에서 침체기에 접어든 케이블방송은 인수합병 이후 통신사 체제에 종속되며 소멸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대응은 속도를 높여도 부족한 상황에서 여전히 과거 방통위 시절의 ‘버퍼링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기구 명칭은 바뀌었지만 낡은 규제 해소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칠 뿐, 출범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유료방송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 주도의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인 채널 가치 평가 모델을 구축하고, 플랫폼 매출과 콘텐츠 대가를 연동하는 통합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결합판매 규제 강화와 산정 인프라 구축 필요성도 제기된다.
안성제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HCN지부 지부장은 “케이블방송이 다시 국민 곁에서 살아 숨 쉬는 미디어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케이블방송의 생존은 단순히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의 권리이자 지역사회의 목소리와 직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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