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산업·정책 포럼] “자사주 소각, 지배력 상실 ‘우려’… 경영권 방어 수단 ‘절실’”

시간 입력 2026-04-21 17:49:54 시간 수정 2026-04-21 17: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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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전 딜로이트 대표, ‘3차 상법 개정’ 파장 진단
올해 1분기만 60곳, 42조 소각 결정…“지난해 대비 3배 이상”
韓, 주요국 대비 경영권 방어 수단 취약…“제도적 보완 모색해야”

김경준 전 CEO스코어·딜로이트 대표가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CEO스코어데일리 산업·정책포럼’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올해 불과 3개월 만에 42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이 결정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규모의 3배가 넘는 수치로, 말 그대로 엄청난 폭풍과 같은 상황이 덮쳤다고 볼 수 있다.”

김경준 전 CEO스코어·딜로이트 컨설팅 대표는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CEO스코어데일리 산업·정책포럼’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시행 이후, 이미 국내 기업에 불어닥친 지배구조의 위기를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본지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의 전수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들어 3개월 동안 국내 주요 대기업의 자사주 소각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주주가치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도 크지만, 동시에 국내 상장사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사실상 소멸시켰다는 점에서 ‘전략적 균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3개월 만에 42.5조 자사주 소각 결정…작년 연간 규모 3배 넘어

이날 포럼 현장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상법 개정에 따른 변화는 이미 기업 시장을 강타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1~3월)에만 대기업 상장사 60곳이 총 42조5207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54곳이 13조2850억원을 소각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대규모 소각을 주도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 됐기 때문에 이미 트랙은 정해졌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제도적 변화로 보고 조속히 소각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준 전 CEO스코어·딜로이트 대표가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CEO스코어데일리 산업·정책포럼’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 자사주 소각 후폭풍, 최대주주 지배력 감소…“지배력 유지, 장기 과제로”

가장 큰  쟁점은 자사주 소각 이후 최대주주의 지배력 변화다. 자사주 보유 비율 상위 기업인 SK(24.8%), 태광산업(24.4%) 등의 경우 소각 시 지배력이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된다.

김 전 대표는 “태광산업은 소각 후 지배력이 24.4%p 감소하는데, 통상적인 상장사 기준에서는 사실상 기업이 해체되는 수준의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화섬과 SK 역시 각각 18.6%p, 18.3%p의 지배력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지배력 약화가 당장의 경영권 탈취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 전 대표는 “이들 기업은 기존 대주주 지분율이 충분하기 때문에, 지배력이 크게 감소하더라도 절대적인 경영권 변동은 없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지배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큰 과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경준 전 CEO스코어·딜로이트 대표가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CEO스코어데일리 산업·정책포럼’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김경준 전 CEO스코어·딜로이트 대표가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CEO스코어데일리 산업·정책포럼’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 경영권 방어수단 ‘제로’…“제도적 보완 필요”

김 전 대표는 국내 경영권 방어 시스템의 취약성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미국은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 자사주 활용 등 다양한 방어 수단을 보장하고 있고, 일본과 유럽도 일정 수준의 방어권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러한 수단이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우리나라는 경영권 방어에 대한 별다른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자사주가 사실상 유일한 방어 수단이자 ‘우회로’ 였다”며 “이번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인해 그 실효성마저 상실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같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좋은 취지는 살리되, 경영권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일종의 ‘전략적 내비게이션’이 필요해진 시점”이라며 “향후 제도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경영 안정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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