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 1차 컷오프 임박…엔씨·크래프톤, K-게임 중 누가 생존할까

시간 입력 2026-01-14 16:17:19 시간 수정 2026-01-14 16: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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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데이터 지원 갈림길… 1차 평가 결과, 이르면 16일 공개
유일한 게임사 정예팀 NC AI, ‘배키’로 범산업 AI 경쟁력 시험대
SKT 정예팀 합류한 크래프톤, 초거대 멀티모달 AI로 혁신 노린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대표 인공지능(AI)’ 선발 사업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1차 탈락 컨소시엄이 이번 주 공개될 전망이다. 특히 게임업계에서는 평가에 참여한 엔씨소프트(NC AI)와 크래프톤의 생존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해당 사업에 참여한 SK텔레콤,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NC AI 등 5개 정예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1차 평가를 진행 중이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15일까지 평가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심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16일 1차 선정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번 독자 AI 모델 사업은 국가 차원의 ‘대표 AI’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1차 평가에서 탈락한 컨소시엄은 정부의 GPU, 데이터, 인재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실상 향후 대규모 AI 연구·개발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NC AI는 AX를 가속화할 확장 가능한 멀티모달 생성용 파운데이션 모델 ‘VAETKI’를 공개했다. <출처=NC AI>

이번 정예 컨소시엄 5곳 가운데 게임사는 NC AI가 유일하다. NC AI는 엔씨소프트의 AI 전문 자회사로, 게임 산업을 넘어 범산업 AI 경쟁력을 앞세워 이번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냈다.

NC AI는 최근 과기정통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배키(VAETKI·Vertical AI Engine for Transformation of Key Industries)’를 공개했다. 배키는 대한민국 주력 산업의 AI 전환(AX)을 가속화하기 위한 확장형 멀티모달 생성 파운데이션 모델로, 제조·콘텐츠·패션·미디어 등 28개 이상의 산업군에 실제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배키의 기본 모델은 1000억 파라미터(100B) 규모로, 여기에 다양한 용량과 성능의 라인업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모델 크기만 놓고 보면 5개 정예팀 가운데 중간 체급에 해당하지만, MoE(혼합 전문가) 구조를 적용해 실제 추론 시에는 110억 파라미터(11B)만 활성화되도록 설계했다. 대규모 모델이 안고 있는 연산 비용과 인프라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VARCO)’를 공개한 바 있다. <출처=엔씨소프트>

NC AI의 기술력은 이미 자체 AI 모델인 ‘바르코(VARCO)’를 통해 일정 부분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르코는 텍스트나 이미지 입력만으로 전문가 수준의 3D 애셋 생성, 원단·유행·디자이너 선호도를 반영한 패션 디자인 시안 제안, 배우의 음성을 학습해 외국어 대사를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음성 합성 기술 등 다수의 기능을 상용화했다.

특히 NC AI는 국가대표 AI에 걸맞은 한국어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한글 자모(JAMO) 조합 기술을 적용해, 한국어 화자만 인지할 수 있는 미묘한 뉘앙스와 신조어, 고어(古語)까지 이해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AI 학습에는 10조 토큰 규모의 데이터 가운데 공공 웹 데이터, 코드, 수학·과학 등으로 정제된 5조 토큰을 활용했다. 여기에 자체 고도화한 MLA(Multi-Head Latent Attention) 기술을 적용해, 기존 모델 대비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83%까지 절감하고 연산 속도를 높였다. 입력 데이터를 요약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만 복원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모델의 효율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AI 협업모델 CPC ‘PUBG 앨라이’를 공개한 바 있다. <출처=크래프톤>

반면, 크래프톤은 정예 컨소시엄이 아닌,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SKT 정예팀’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형태로 경쟁을 함께하고 있다. 이 컨소시엄에는 크래프톤 외에도 리벨리온 등 AI 반도체·플랫폼 기업들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은 SK텔레콤과 함께 5000억 파라미터 규모의 차세대 멀티모달 AI 모델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게임 콘텐츠에 활용 가능한 API 개발도 추진 중이다. 크래프톤은 이미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매년 약 300억 원의 예산을 AI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조직 재편과 임직원 대상 AI 활용 환경 구축을 통해 내부 업무 효율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게임 플레이 경험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상반기 중 ‘배틀그라운드’에 적용 예정인 CPC(Co-Playable Character) ‘앨라이’다. ‘앨라이’는 크래프톤과 엔비디아가 공동 연구·개발한 캐릭터로, 기존 NPC와 달리 이용자와 대화하고 협력하며 능동적으로 게임 플레이에 참여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게임 AI의 활용 단계가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편, 이번 1차 평가는 단순한 성능 경쟁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일부 기업을 둘러싸고 중국 AI 기술 차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가 어디까지를 ‘독자 개발’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델 구조, 학습 데이터의 출처, 핵심 알고리즘의 자립성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번 평가 결과는 향후 국내 AI 산업 전반의 기술 자립 기준선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국가대표 AI 컨소시엄 1차 평가에서의 생존 여부는 단순한 지원금 문제를 넘어, 각 기업이 ‘국가대표 AI’ 경쟁에서 계속 이름을 올릴 수 있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예림 기자 / leeyerim@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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