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줄인 시중은행, ‘생산적 금융’ 기조에 확대 압박

시간 입력 2025-11-17 07:00:00 시간 수정 2025-11-14 17: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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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독주…시장 성장분 대부분 ‘정책금융 몫’
시중은행 네 곳 모두 축소…RWA 부담에 보수 기조
6월 이후 증가세 전환…생산적 금융 정책과 맞물릴까

은행권 기술신용대출 시장이 1년 새 양극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인 IBK기업은행이 기술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시장 성장을 사실상 견인한 반면, 주요 시중은행 네 곳은 모두 기술금융 규모를 축소했다. 지방거점은행도 대체로 감소세지만, 부산은행은 유일하게 잔액을 늘리며 상반된 흐름을 나타냈다.

기술금융 잔액이 6월을 기점으로 반등 흐름을 보인 가운데, 생산적 금융 기조 강화와 기술기반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가 맞물릴 경우 시중은행 중심의 공급도 서서히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책 방향성과 은행권의 자산 전략이 어느 지점에서 교차하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의 회복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17개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전체 잔액은 314조96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건수도 69만6971건으로 2.0% 증가했다. 표면상 시장 전체가 완만히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증가분 대부분은 기업은행 한 곳에서 발생했다.

기업은행은 기술금융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공고히 했다.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년 동안 111조1335억원에서 121조1342억원으로 15.3% 증가했다. 늘어난 규모만 17조원이 넘는다. 이는 은행권 전체 잔액 증가분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건수 또한 24만3063건에서 27만0268건으로 11.2% 증가해 잔액과 건수 모두 확장세를 나타냈다. 경기 둔화 속 기술기반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책금융기관인 기업은행의 공급 확대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시중은행 네 곳은 모두 기술금융을 줄였다. KB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9조9651억원에서 29조3492억원으로 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42조491억원으로 0.3% 줄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1%, 6.0% 감소한 34조7275억원, 32조3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시중은행의 동반 축소는 중소기업 연체율 상승, 위험가중자산(RWA) 부담, 금리 인하 전환기 리스크 관리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술평가 기반 대출은 일반 기업대출보다 경기 민감도가 높아 건전성 중심 정책 아래 무작정 늘리기가 쉽지 않다.

지방거점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이 유일하게 증가세를 기록했다. 부산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7조7643억원에서 올해 9월 말 8조4427억원으로 8.7% 증가했다. 지역 제조업 기반 외에도 로봇·ICT·바이오 등 기술기반 기업 대출을 확대한 전략이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남은행(-5.0%)과 대구은행(-5.3%), 광주은행(-15.3%)은행 등은 감소세를 기록했다. 전북은행과(-74.7%)과 제주은행은(-67.8%)는 기술금융 감소폭이 상당했다.

기술금융 잔액이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명확한 증가세로 전환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체 잔액은 6월 307조9137억원에서 7월 308조9347억원, 8월 311조0936억원, 9월 314조9624억원으로 7조원 이상 늘었다. 4대 시중은행만 합산해도 잔액은 6월 135조2703억원에서 9월 138조4406억원으로 3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생산적 금융’ 기조가 강화된 점이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는 6월 이후 첨단기술·혁신기업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시중은행들 역시 생산적 금융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기업대출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책 방향성과 은행권 전략이 맞물릴 경우, 기술금융 규모는 앞으로 점진적 확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술신용대출은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능이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낮고 경기 민감도가 높은 분야”라며 “정책기관 중심 공급 구조가 고착된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어느 정도까지 확대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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