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노란봉투법’ 통과…‘원청 사용자성’ 인정
넥슨 네오플 파업 이후 노사 갈등 도미노 우려
“신작 출시 지연→ 실적 직격탄”… ‘노사 상생’ 방안 고심중

국회가 최근 통과시킨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재계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는 가운데,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던 게임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주요 하청업체 구성원들이 모기업격인 원청기업에 교섭권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게임 개발 현장의 구조적 특성상 노사간 대립이 일상화 되고 신작 개발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간접고용 근로자에 대해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권을 확대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하청업체나 외주사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원청 기업과 직접 교섭하기 어려웠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실질적인 업무 지시나 일정 관리 권한을 가진 원청 기업도 법적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개정안 시행으로 주요 IT 기업은 물론 게임업계에도 큰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대부분 게임 개발은 퍼블리셔(원청)와 개발사(하청)의 분업 구조를 따르는데, 빠른 개발 속도와 유연한 외주 협업으로 그나마 경쟁력을 지탱해 왔다. 그동안 게임사들은 자회사나 외부 개발사에 프로젝트를 맡기고, 출시 시기나 업데이트 일정 등을 상부에서 맞춰왔지만, 법 시행 이후에는 이런 일방적 통보 방식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게임사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오플분회는 지난달 11일 넥슨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은 게임개발 자회사인 네오플 노조가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이후 현재까지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노조측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출시로 큰 이익을 올렸지만,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 넥슨에 책임을 묻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 파업 여파로 사측이 ‘던전앤파이터’ 20주년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넥슨과 같은 노사 갈등 사례가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법 시행 이후에는 외주 작업자도 수정을 거부하거나 일정 지연을 이유로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존에는 게임사가 외주 작업자에 즉각적인 수정 요청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작업자 측이 이를 ‘일방적 지시’로 판단해 법적 대응이나 파업권을 주장할 수 있다.

신작 게임은 방대한 텍스트, 일러스트, 성우 녹음, 스토리 업데이트 등 고퀄리티 콘텐츠를 빠르게 공급해야 단기간 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대형 신작 개발을 위해서는 다수의 외주 인력 및 외주사와의 유기적인 협업이 절실하다. 그러나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게임 개발 자회사나 하청업체 직원의 교섭 요구나 파업선언 등으로, 신작 개발일정이 지체될 가능성이 커진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작업자가 외주사 소속이라도, 실제 지시가 원청에서 내려왔다면 법적으로 사용자 책임이 성립될 수 있다”며 “외주 계약 구조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게임사들은 업종의 특성상 게임 출시 일정과 수익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개발 일정을 조율하는 데 있어 유연성이 핵심이다. 그러나 법적 사용자 책임이 생기면, 일정 변경이나 지시 과정에서의 협의 구조가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연내 출시 예정이던 주요 신작들이 이같은 이유로 지연될 경우, 당장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투자자들의 신뢰도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크로노 오디세이’와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등 기대작들이 줄줄이 출시 시기를 늦추면서, 주가 하락 및 실적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도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사간 충돌이 일상화 되고, 본사와 게임 개발사간 공조에 균열이 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주요 게임사중에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앞서 이같은 잠재적인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일부 대형 게임사들은 ▲노조 대응 매뉴얼 재정비 ▲외주 계약서 내 교섭 범위 재설정 ▲일정 수립 방식의 재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예림 기자 / leeyerim@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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