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넷플릭스 이어 스포티파이 제휴 검토…콘텐츠로 구독자 확대
쿠팡, OTT 전면 무료화 카드로 맞불…요금 인상 불만 달래기 총력
네이버는 외부 제휴, 쿠팡은 자체 생태계로 ‘생활 점유율’ 경쟁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단순한 거래 중심에서 ‘경험과 콘텐츠’를 내세운 멤버십 구독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 중심에 네이버와 쿠팡이 있다. 네이버가 글로벌 파트너와의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넓히고 있는 반면에 쿠팡은 자체 콘텐츠와 배송·배달 서비스를 통합하고 OTT를 무료로 제공하며 대응하고 있다.
12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스포티파이와 다양한 협업을 논의 중이며, 멤버십 형태의 제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세계 1위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와의 협업을 최종 성사시킬 경우, 이커머스 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음원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국내 음악 스트리밍 앱 월간 사용자 수는 유튜브 뮤직 902만명, 멜론 662만명, 스포티파이 320만명 순으로 집계됐다.
네이버는 외부 콘텐츠 파트너들과 제휴를 통해 꾸준히 경쟁력을 높여왔다. 3월까지는 국내 OTT 플랫폼 티빙과 제휴를 이어왔고, 지난해 11월부터는 자사 멤버십에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 무료 이용 혜택을 포함해 신규 가입자를 늘렸다.
현재 네이버는 월 4900원(연간 결제 시 월 3900원)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으로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5500원) 이용 혜택을 제공 중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통해 멤버십 신규 가입자를 1.5배 늘렸다. 제휴 이후 30~40대를 중심으로 가입이 증가했으며, 이들의 네이버 쇼핑 지출도 평균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 소비가 쇼핑 플랫폼 이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셈이다.
특히, 넷플릭스가 지난 9일부터 해당 요금제를 55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했지만, 네이버는 멤버십 요금을 그대로 유지하며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넷플릭스 요금제가 인상됐지만 네이버와 넷플릭스 제휴는 별도 계약이기 때문에 기존 혜택은 변함없이 제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 스트리밍 앱 월간 사용자 수 추이. <출처= 와이즈앱·리테일>
이외에도 네이버는 올해 3월 새로운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새로 출시하며 이커머스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출시 한 달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500만명을 확보했으며, 유료 멤버십 누적 회원 수는 이미 1000만명을 돌파했다.
물류 부문에서도 자체 물류망 대신 CJ대한통운을 비롯한 14개 물류사와 협력하며,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응하고 있다. 신선식품 유통은 ‘컬리’와의 제휴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외부 제휴는 대규모 투자가 없이도 시장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네이버 입장에서는 비용은 줄이고 매출은 늘릴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쿠팡은 플랫폼 내 모든 서비스를 자체 생태계에 통합한 독립형 전략을 고수하며, 온라인 멤버십 가입률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쿠팡은 2018년 10월부터 유료 멤버십 ‘와우’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이커머스(로켓배송), OTT(쿠팡플레이), 음식배달(쿠팡이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용자 만족도 측면에서는 네이버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온라인 멤버십 만족도 조사에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 70%로 1위를 차지했고, ‘쿠팡 와우 멤버십’은 59%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났다.
특히 쿠팡 와우 멤버십의 만족도 하락 원인으로 과도한 요금 인상이 지목됐다. ‘요금이 비싸서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상반기 39%에서 하반기 66%로 급증했으며, 이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29%)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4월, 신규 가입자의 멤버십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약 58% 인상했다.

쿠팡플레이 콘텐츠. <출처=쿠팡플레이>
쿠팡은 이를 의식한 듯 최근 OTT 무료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와우 멤버십에 가입해야만 이용할 수 있었던 쿠팡플레이를, 오는 6월부터는 일반 회원도 광고 시청만으로 무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쿠팡은 쿠팡플레이가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2위 수준의 이용자 규모를 갖춘 만큼, 무료화를 통해 넷플릭스-네이버 연합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진입 장벽을 낮추고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용자 락인(이탈 방지)을 유도함으로써, 네이버가 넷플릭스의 요금 인상 국면에서 얻을 수 있는 상대적 이점을 상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3월부터 HBO 콘텐츠 도입을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왕좌의 게임’ 등 글로벌 인기작을 확보해 쿠팡플레이만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 확대, 고급 신선식품 배송 강화를 통해 구매력을 갖춘 고객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쿠팡플레이를 이제 전 국민이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오리지널 콘텐츠부터 국내외 TV 시리즈, 최신 영화, 스포츠, 가족·어린이 콘텐츠, 실시간 뉴스까지 대부분의 콘텐츠를 다음 달부터 일반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와 쿠팡의 구독 경쟁은 단순한 플랫폼 간 대결이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 속 ‘생활속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는 콘텐츠 제휴를 통한 다양성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쿠팡은 자체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통합 서비스와 락인 효과를 무기로 맞서고 있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외부 콘텐츠 확장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서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고, 쿠팡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고객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 두려는 방식”이라며 “두 전략 모두 합리적이지만, 어느 쪽이 우위를 점할지는 타깃 소비자층과 일상 속 침투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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