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범용 제품에 대한 중국·중동 바짝 추격
화학 업계, 범용 제품 축소 등 고강도 구조개편 속도
투자 자금 조달·재무 개선·비핵심 사업 청산 등 고심

우리나라 화학 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중동의 물량 공세 등으로 인해 기나긴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에 주요 화학 기업들은 고강도 구조개편을 추진해 전통적인 기존 사업에 변화를 주는 모습이다.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자금 조달, 재무 건전성 확보, 비핵심 사업 정리 등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교통정리에 들어간 셈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화학 업계는 장기화되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리밸런싱에 나서고 있다.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 속 중국·중동이 물량 공세를 벌이며 K-화학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화학 업계의 주력 제품 중 하나였던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의 자급률을 지속해서 높이는 추세다. 또 원유를 생산하는 데 그쳤던 중동은 정유·석화 통합 공정(COTC)을 앞세워 범용 화학 제품 생산에 뛰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화학 업계가 범용 사업만 유지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결국 차별화된 기술력과 노하우 등이 결합된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발빠르게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화학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 개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 설비 투자 규모를 조정하는 데 이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비주력 사업 등에서 철수하면서 업황 부진에 적극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화학 업계는 고강도 구조 개편을 통해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 마련, 재무 개선, 수익성 악화로 인한 비핵심 사업 청산 등을 추진 중이다.
먼저 LG화학은 수처리 사업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핵심 사업에 투자를 집중해 재무구조 개선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최근엔 워터솔루션 부문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도 선정했다. LG화학이 매각을 검토 중으로 알려진 워터솔루션 부문은 RO멤브레인(Reverse Osmosis Membran, 역삼투막) 필터를 만드는 사업을 맡고 있다. RO멤브레인은 역삼투압을 통한 바닷물 담수화와 산업 용수 제조, 하·폐수 재이용 등에 쓰이는 수처리 소재다.
당초 LG는 기존 해수담수화 시장 외에도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산업용수 제조, 하·폐수 재이용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려고 했지만, 투자에 있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정리에 나섰다.
LG화학의 수처리 사업을 담당하는 LG NanoH2O의 지난해 매출액은 693억원, 당기순이익은 80억원을 기록했다. 매각가는 1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성화학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수가스 매각을 추진했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 사업을 효성티앤씨에 9200억원에 양도하면서 차입금을 상환했다. 이를 통해 순차입금 비율도 628.5%로 전년 동기(2643.2%) 대비 크게 줄였다.
또 효성화학은 옵티컬필름, 필름 사업부 등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효성화학은 본사업인 PP 사업이 미·중 관세 영향으로 원재료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본사업 개선과 더불어 사업 구조개편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수익성이 악화된 비핵심 사업을 청산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합성고무 생산 회사 LUSR(LOTTE UBE Synthetic Rubber Sdn. Bhd.)을 청산하기로 했다. 해당 법인은 지난 2024년 영업손실 247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238억원) 적자 폭을 늘렸다. 또 중장기 전략적 관점에서 비핵심 사업으로 판단된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지난 2월에는 파키스탄에 위치한 테레프탈산(PTA) 생산 회사 LC PL(LOTTE Chemical Pakistan Limited)을 매각하기로 했다. 해당 법인은 지난 2024년 매출액은 5355억원으로 전년 대비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5억원으로 줄었다. 매각가는 약 1000억원으로, 롯데케미칼은 지분 75.01% 전량을 올해 중으로 매각해 비핵심 사업 정리해 롯데케미칼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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