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소액주주연대 다섯 번째 트럭 시위 진행 예고
삼성SDI 주가 고점 대비 80% 하락…18만원 밑돌아
비전 선포·개인 대상 IR 등 주주가치 제고 부재 지적
삼성SDI vs 소액주주연대, 자금 조달 순서 놓고 이견

삼성SDI가 유상증자를 발표한 지 한 달째, 소액주주 연대가 트럭 시위를 이어가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각자 생업 때문에 직접 시위에 나서지 못하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트럭 시위를 진행 중이라는 전언이다.
삼성SDI는 해외 생산설비 확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황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끝에 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 외에도 추가적인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SDI와 소액주주연대는 회사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유상증자가 최선인 지에 대해 의견이 나뉜 모습이다.
삼성SDI 소액주주 연대는 오는 16일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19일 주주총회에서 처음 시작된 트럭 시위가 이번으로 다섯 번째가 된다.

삼성SDI 주주들을 모아 트럭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기자와 만나 “삼성SDI의 행보를 보면 ‘다윗과 골리앗’,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10년 이상 삼성SDI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지난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쟁사 수준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위한 여러 방안을 회사 IR팀에 요청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러다 업황 부진으로 주가가 안 좋은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삼성SDI 주주는 ‘벼락 거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삼성SDI가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13일 종가 기준 20만4000원이었던 주가는 발표 당일 19만1400원으로 추락한데 이어, 지난 11일 17만5600원까지 주저 앉았다. 이는 지난 2021년 8월 고점 82만8000원 대비 78.8% 줄어든 수치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삼성SDI 주식을 1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다면 2000만원이 된 셈이다”며 “시총 5위에서 2년 만에 33위로 추락하면서 물적분할한 SK이노베이션, LG화학보다 낙폭이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주가 폭락은 삼성SDI의 유상증자에도 부정적이라는 게 소액주주연대의 설명이다. 지난 8일 확정된 1차 발행가액은 당초 예상했던 16만9200원에서 14만6200원으로 떨어지면서 모집 총액도 기존 2조원에 1조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삼성SDI는 헝가리 법인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 및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라인 투자액을 기존 6413억원에서 4694억원으로, 전고체 배터리 라인 투자액을 4541억원에서 3541억원으로 줄였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회사가 주가 부양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강요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최주선 대표 외에 임원진 중에서 누구도 추가로 매수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과연 회사의 미래 비전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성SDI와 비슷한 시기에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역풍을 맞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동관 대표이사를 필두로 임원들이 9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 부양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 지점을 지적한 것이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삼성전자와 같이 주가-성과급 연계 등의 제도를 함께 발표하면서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내보일 수 있지만, 그런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임원들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강력한 주가 부양에 나서기 위한 제도 개편에 나선 바 있다. 사장, 부사장, 상무, 등기임원 등 주요 경영진의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등 제도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개개인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삼성이라는 이름을 믿고 투자한 많은 소액주주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목소리를 내고,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삼성SDI의 소액주주(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에 미달하는 주식을 소유한 주주)는 전체 주주 39만943명 중에서 39만852명으로 99.98%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총발행 주식 수 6876만4530주의 4244만3181주로 61.72% 수준이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삼성SDI의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 비율이 60%에 달하는데 소액주주를 설득하지 못한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주주들의 무관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연대는 주주 행동 플랫폼인 엑트에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결집하고 있지만 관심이 저조한 상태다. 현재 엑트에 모인 주주는 1760명으로 주식 수는 16만9061주로 총발행 주식 수의 0.25%에 그친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서 3년 무배당이라는 이례적인 결정은 주주들의 무관심이 초래한 결과일 수 있다”며 “비전 선포를 통한 사업 계획을 공유하거나 주주를 대상으로 한 IR 등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는 지난해 비전 선포식을 통해 구성원, 주주들에게 회사의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부터 올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R을 진행하면서 소액주주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삼성SDI와 소액주주연대는 회사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는 필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지만 보유 자산 매각, 회사채 발행보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선제적으로 이뤄지는 게 정당한 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배터리 산업 전반의 부침을 삼성SDI도 피하진 못했다. 이 과정에서 업계에서 낮은 수준인 부채비율과 순차입비율 등도 증가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삼성SDI의 부채비율은 88.24%로 지난 2023년(70.99%) 대비 17.25%포인트(P) 늘었고 순차입비율은 44.48%로 지난 2023년(18.30%) 대비 26.18%P 늘었다.
삼성SDI는 이자 부담이 없고 자본을 늘리는 유상증자로 우선 자금을 조달하고 다른 조달 방안도 전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SDI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북미지역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과 유럽지역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현지법인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 미래 먹거리인 전고체 배터리 라인 투자에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한 계열사 지분을 매도하는 방식과 회사채 발행하는 방식 등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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