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기 정기 주주총회 개최
높은 찬성률로 4개 안건 통과
유상증자 놓고 주주 간 찬반 공방
“3대 전략 통해 ‘사즉생’ 각오”

삼성SDI의 정기 주주총회는 최근 단행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주주들간 격한 고성이 오가며 공방을 벌였다. 대규모의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주장과 회사의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주주가 함께 고통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정면 충돌했다.
삼성SDI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만큼, ‘사즉생’의 각오로 기술 경쟁력 강화, 매출 및 수주 확대, 코스트(Cost) 혁신 등을 3대 주요 전략을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삼성SDI의 제55기 정기 주주총회가 19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주주 및 기관 투자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재무제표 승인을 시작으로 최주선 사내이사 선임·이사 보수 한도 승인·정관 일부 변경 등 4가지 안건을 심의, 표결했고 모두 80%가 웃도는 찬성률을 바탕으로 통과됐다.
문제는 삼성SDI가 최근 발표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주주들의 비난이 이어지면서 시작됐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식수는 1182만1000주, 증자 비율은 16.8%다. 삼성SDI는 확보된 자금을 미국 GM JV(합작법인) 투자를 비롯해 헝가리 생산능력 확대 및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회사측이 유상증자 외에도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먼저 선택한 것을 문제 삼았다. 특히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해 소액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는 입장이다. 실제 유상증자 발표 이후, 삼성SDI의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업황의 특수성을 감안, 유상증자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기 위한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었고 내년, 내후년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며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높은 금리를 주고 자금을 조달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유상증자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특히 현 시점에서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과 관련해 투자에서 양산까지 2~3년이 소요되는 배터리 사업 특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프리 캐시 플로우(Free Cash Flow·잉여현금흐름)가 한동안 적자로 예상되는 만큼, 회사채 발행 등의 몇가지 수단도 검토 중이다”며 “시기와 순서의 문제이지, 다른 자금 조달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유상증자는 이번이 끝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측의 이같은 설명에도, 주주들은 삼성SDI가 유상증자보다 삼성디스플레이 지분과 자사주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했다며, 추가적인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SDC(삼성디스플레이) 지분를 비롯한 삼성SDI의 보유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자사주의 경우 전략적 제휴나 투자 재원 등 여러 활용 방안이 있기에 SDC나 다른 자산보다 후순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이번 유상증자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슈퍼사이클에 대비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하고 글로벌 생산 역량을 갖춰 나갈 계획이다. 일례로 올해 차세대 프리미엄 각형 배터리 P7 개발을 완료하고, 46파이 배터리를 1분기부터 출시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또 전고체, 46파이, LFP 배터리 등 신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진행해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내이사로 공식 선임된 최주선 사장은 주총이 마친 후 취재진을 만나 이번 유상증자를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최 사장은 “잘 준비해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취지에 대해서 해당 당국에 잘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안정적으로 성공하더라도,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 중국 배터리와의 경쟁 등 돌파해야 할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최 사장은 트럼프 행정부과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관련해 “협화와 배터리 3사뿐 아니라 워싱턴에 자체적으로 소통창구를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 사장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삼성SDI의 주력인 유럽으로 진출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유럽은 중요 고객이 많이 포진해 있고 상대적으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부터 메인스트림 제품까지 좋은 제품을 만들어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보급이 환경 규제가 약화되면서 더딘 점에 대해 최 사장은 “(각국에서) 환경 규제가 완화되는 부분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친환경 전환, 탄소 배출 억제 등의 패러다임은 지속될 것이기에 2028년 이후로는 (친환경차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SDI 주총이 진행된 엘리에나호텔 옆에는 삼성SDI 소액주주연대 주도하에 트럭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들은 ‘SDI 이재용 사즉생, 개미투자자는 즉사’, ‘자산매각 우선검토! 대주주가 투자하라’ 등의 격한 구호를 내걸었다.
삼성SDI 소액주주연대는 삼성SDI에 유상증자 규모 축소 및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한 삼성SDI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다음날 바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이 주주와 소통을 잘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지분을 일부 매각해 배당도 가능하고 자사주를 차등 배당해 지급하는 방안도 있지만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SDI의 유상증자와 이에 따른 주주들의 반발이 최근 국회에서 처리된 상법 개정안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추가로 주주 구성원까지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경영자들의 독자적인 판단을 저해하고 회사와 이해 관계를 달리하는 주주간 잦은 소송과 분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삼성SDI의 유상증자가 상법 개정안 이슈와 맞물리면서, 실제 금융감독원도 이번 건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자본시장은 기업에서 보면 자금 조달이 주목적으로, 투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증자로 시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권신고서상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가 충분히 기재됐다면 당국은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신속히 며칠 내라도 신고 수리 효력이 발생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도 지속되고 있다. 이날 경제 8단체(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제소지가 있는 부분은 상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핀셋 개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경제 8단체 공동성명을 통해 “개정안이 이사와 회사의 위임 관계에 기반한 회사법의 근간을 훼손, 대다수 상법 학자도 법리적 문제가 크다고 지적해 왔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총 주주 이익과 같은 법률의 모호한 표현은 분쟁과 소송을 유발해 기업 현장의 혼란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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