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한파·미국 등 정부 보조금 삭감에 부담↑
한화 충전 사업 ‘한화모티브’ 자산 일괄 매각 등 검토
LG·SK 충전 사업 지속…기술 강화·인프라 확보 추진

LG전자 전자파 시험소에서 전기차 충전기의 전자파 방출량을 테스트하는 모습. <사진=LG전자>
‘전기차 캐즘(일시적수요 둔화)’ 한파로 신사업으로 부각되던 전기차 충전시장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각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으로 구매력이 감소하고 있고, 인프라 확충도 더디게 진행되면서 신사업으로 분류되던 전기차 충전 사업이 초기부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특히 관련사업의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충전사업에 진출했다 이탈하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고, 주요 대기업들도 시장상황을 감안해 투자의 완급조절에 나서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 중 한화가 최근 관련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LG와 SK도 투자의 완급 조절에 나서는 등 관련업체들의 부침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전기차 충전 시장은 전 세계적인 전동화 추세로 미래 신사업으로 분류되며,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업 참여가 본격화 돼 왔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부진에 따른 전기차 캐즘 한파와 함께 세계 각국의 보조금 지원정책도 추진력을 잃으면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한화솔루션이 관련사업의 철수를 추진중이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큐셀 부문에 충전 사업을 영위하던 한화모티브를 매각하기 위한 협상자를 물색 중이다. 한화모티브는 지난 2022년 신규 출시된 한화솔루션의 충전 사업 브랜드다. 당시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셀, 모듈 제조를 넘어 분산 에너지 사업으로 진출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화모티브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컨설팅, 사업 운영, 유지보수 등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화 계열사 건물 주차장 및 상업용 빌딩 주차장을 시작으로 전기차 충전사업 고객을 다각화해 나갔다. 그러나 한화솔루션은 주력인 석유화학부터 신사업으로 투자 중인 태양광까지 이중고를 겪으면서 지난해 영업손실이 3002억원에 달해 적자 전환했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은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한화모티브의 보유 자산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LG와 SK도 전기차 캐즘 이후 속도조절 분위기가 역력하다. 두 업체 모두 전 세계적인 전동차 추세를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충전사업을 계속 이어 간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상황을 감안해 투자의 완급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충전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지만 사업 초기라는 점을 고려해 차별화된 기술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을 키워 나간다는 구상이다.
한때 LG전자는 전기차 충전시장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자 담당인력 재배치, 사업축소 등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충전사업은 전기차 시대에 배터리 등과 함께 미래 신사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현재는 담당인력을 전면 축소하기 보다는 거래선 대응을 중심으로 업무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에 따라 전기차 충전사업을 기존 BS사업본부에서 ES(Eco Solution) 사업본부로 재편했다, ES사업본부는 전기차 충전사업과 HVAC(냉반방공조) 분야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국내 출시하는 7kW 완속 충전기에 대해 ‘스마트 제어’와 ‘충전 완료 이후 전력 차단’ 기술을 적용해 충전 중 화재 예방을 위한 이중 안전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 내 생산 거점도 확보했다. 지난해 1월 텍사스주에 연간 생산능력 1만2000대 규모의 전기차 충전기 생산공장을 가동했다. 같은 해 6월 북미 1위 전기차 충전 사업자인 차지포인트와 손잡고 북미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외에도 LG전자는 평택 LG디지털파크 내 ‘EV충전기 실차시험소’를 통해 실제로 판매 중인 전기차를 대상으로 충전기의 기능성, 사용성, 소프트웨어 안정성 등을 직접 테스트해 검증하면서 제품 신뢰성을 키운다.
LG전자 관계자는 “외부 환경에 따른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충전 사업에 부침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시장 발굴을 통해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SK시그넷 텍사스 공장 전경. <사진=SK시그넷>
SK그룹의 SK시그넷도 대표이사를 교체하면서 도약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SK시그넷은 김종우 신임 대표 체제로 올해를 맞이했다. SK시그넷은 올해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의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워터와 협력해 1분기 중으로 전국 46개소 고속도로 휴게소에 충전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다만 ‘충전 인프라 확대 보조금(NEVI)’ 프로그램 중단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미 연방도로청(FHWA)은 지난 6일 NEVI 프로그램을 중단한다는 공문을 각 주 정부의 교통정책 담당자들에게 보냈다. 50억 달러 규모의 연방 고속도로 충전소 지원금, 25억 달러 규모의 지역 커뮤니티 시설 충전소 지원금 등이 프로그램에 포함된다.
이번 공문에 따르면 이미 충전 업체와 계약까지 완료되지 않았다면 보조금 지급이 보류된다. 미국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SK시그넷은 2월 기준 NEVI 프로그램 지급 대상으로 선정된 미국 985개 부지 중 189개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부지에 보조금을 받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SK시그넷은 사업 진행 상황과 고객사와의 협의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시그넷 관계자는 “올해 NEVI 집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FHWA 가이드라인 방향을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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