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충남 금산 화재 이후 ‘전기차 포비아’ 퍼져
현대차·기아·BMW·벤츠, 배터리 제조사 자발적 공개
배터리 제조사 공개 움직임 확산…볼보도 공개 확정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이어 BMW와 벤츠가 자사 전기차의 배터리 제조사를 전면 공개하고 나섰다. 최근 인천 청라와 충남 금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소비자의 알 권리가 부각된 데 따른 조치다. 일명 ‘전기차 포비아(Phobia·공포증)’가 빠르게 퍼지고 있어 배터리 제조사 공개 움직임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기차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 현황을 공시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자사 전기차의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건 현대차가 처음이다.
현대차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전기차는 총 13종으로, 대부분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의 차량용 배터리가 탑재됐다. 현재 단종된 아이오닉을 포함해 아이오닉5, 아이오닉6, ST1, 캐스퍼 일렉트릭, 포터 EV에 SK온 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됐다. 제네시스 전기차인 GV60, G80 EV, GV70 EV에는 모두 SK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아이오닉6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생산된 모델에 SK온 배터리를, 지난해 6월 이후 생산된 모델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각각 탑재했다.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1세대 모델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됐으며, 2세대 모델에는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도 전날 전기차 12종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기아 또한 중국 CATL의 배터리를 장착한 레이 EV와 니로 EV를 제외하면 EV9, EV6, EV3, 봉고Ⅲ EV 등 대부분 전기차에 SK온 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MW코리아는 기아와 같은 날 수입차 업체 중 처음으로 전기차 10종의 배터리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했다. BMW의 전기 SUV인 iX1과 IX3에는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다른 전기 SUV인 iX xDrive50과 iX M60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장착됐다. 전기 세단인 i4 eDrive40, i4 M50, i5 eDrive40, i5 M60, i7 xDrive60, i7 M70에는 모두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됐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날 전기차 16종에 장착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EQC와 SK온 배터리를 장착한 EQA·EQB를 제외하면 EQE, EQE SUV, EQS, EQS SUV 등 대부분 전기차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 배터리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와 시장의 요구에 따라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순수 전기차의 배터리 셀 공급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당국의 조사에 협력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 중이며, 근본 원인을 파악해 그에 따른 적절한 후속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와 BMW코리아, 벤츠코리아는 그동안 소비자 문의 시 자사 전기차의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 왔다. 하지만 지난 1일 인천 청라와 6일 충남 금산에서 연이어 발생한 벤츠 EQE와 기아 EV6의 화재 여파로 배터리 제조사 관련 문의가 쇄도하자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벤츠 EQE의 경우 화재 초기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2021년 화재 발생 가능성으로 중국에서 리콜된 바 있는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로 뒤늦게 확인되면서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대한 필요성을 촉발하기도 했다.
업계는 현대차·기아와 BMW·벤츠를 시작으로 배터리 제조사 공개 움직임이 점차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수입차 업체들은 본사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이날 중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현황을 공시할 예정이며, 아우디와 폭스바겐 등도 이와 관련해 자발적 공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가 전기차 화재의 원인인지 아닌지를 떠나 소비자는 자신의 전기차 배터리가 어떤 제품인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는 분위기가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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