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경영 공백 불가피…빨라야 6월에나 정상화
‘코드 인사’ 낙점 시 경쟁력 떨어져, 기업가치 훼손
KT 노조·주주들, 정치권 외압 비난 잇따라
윤경림 KT 차기 대표 후보가 정치외압에 못이겨 결국 사의를 표명하면서, 자칫 CEO(최고경영자) 공백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장기간의 경영공백으로, 자칫 올 상반기 내내 제대로 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면서, 내부 구성원은 물론 일반 주주들도 기업가치 훼손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윤경림 후보자는 지난 22일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사의를 밝혔다. 당시 이사진은 주주총회까지 버텨야 한다고 설득하며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이사회는 현재까지 윤 후보의 사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사진은 여전히 윤 후보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윤 후보 사퇴 수용과 관련한 이사회는 따로 열리지 않았다.
만약 윤 후보가 이대로 사퇴하게 되면 윤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안이 주총에서 제외되고,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KT SAT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함께 폐기된다.
당분간 대표직을 대행할 인물도 확실치 않다. 업계에서는 사장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나 강국현 마케팅부문장 등이 대표 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유고 시 사내이사가 그 직무를 수행하고, 사내이사 마저 유고 시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으로 그 직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대표직을 대행하든, KT는 올 상반기 내내 리더십 공백에 따른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미 세 차례나 차기대표 선임 과정이 번복되면서, 정기 인사는 물론 2023년 사업계획 마저 올스톱 된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윤 후보가 사퇴하고 차기 대표 인선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빨라야 6월께나 경영이 정상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세 차례의 대표 인선 모두 정치권의 개입으로 뒤틀려졌다는 점에서, 새로 기용되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KT 내부에서는 무엇보다 KT가 주력으로 하는 통신은 물론 IT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코드 인사’가 낙점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정치색 짙은 비전문가가 CEO로 기용될 경우, 구현모 현 대표가 공들여 쌓은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은 물론 타사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KT의 리더십 공백과 사업연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해 목표 주가를 크게 하향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KT의 목표 주가를 5만원에서 3만8000원으로 24% 낮췄다. 이날 종가 기준 KT 주가는 2만9950원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사장의 CEO 선임이 실패로 돌아갔고, 이로 인해 상반기 내내 경영권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특히 기존 KT 임원 출신이 낙마를 거듭하고 있어, 기존에 구축해 놓은 사업 역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KT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회사 구성원들은 물론 개인 주주들도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KT노동조합은 23일 성명서를 내고 “현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경영 공백을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대표 선임에 따른 혼란은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전망으로 이어져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각종 사업 추진 및 경영 일정이 지연되고 있어 조합원들의 불안과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이사회를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도 “일부 정치권에서 민영화된 KT의 성장 비전에 맞는 지배구조의 확립과 자율적이고 책임성 있는 대표 선임 절차를 훼손하면서 외압을 행사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주는 행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주주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KT주주모임’에서는 “현재의 KT 외압사태는 공산국가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사태”, “차라리 (정부에서) 후보자를 낙점해서 KT로 보내라”, “KT를 다시 국영화하는 편이 주주 입장에서 속 편하겠다”면서 정부여당의 노골적인 개입을 비난하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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