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금융감독원, 26일 ‘서울 핀테크 위크 2026’ 컨퍼런스 개최
“규제의 문턱은 합리적으로 낮추되 안전의 기준은 분명히 할 것”

이석 금융감독원 디지털금융총괄국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서울 핀테크 위크 2026’에서 ‘금융 디지털 전환 및 금융감독의 방향’과 관련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금융당국이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AI) 보안 역량을 갖춘 금융사부터 망분리 규제를 전면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안을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해 온 현행 완화 조치를 넘어 AI를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권의 AI 활용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사가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인 AI 서비스는 평균 6.9개로 1년 새 24%가량 늘었다. 특히 AI 활용의 무게중심이 고객을 상대하는 프런트오피스에서 내부 업무를 지원하는 백오피스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특별시와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서울 핀테크 위크 2026’ 컨퍼런스가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AX 기반 디지털금융의 전환: 나를 아는 금융’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이석 금융감독원 디지털금융총괄국장은 ‘금융권 AX 지원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국장은 먼저 금융업의 특수성을 짚었다. 그는 “금융산업의 AI 활용 잠재력은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크다”며 “최근 PwC 분석에 따르면 금융산업의 AI 노출도는 최고 수준으로, 정보통신산업이나 전문서비스산업보다도 높다. 금융사 업무의 상당 부분이 AI로 대체되거나 보완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AI 활용 확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이 국장은 “금감원이 118개 금융사의 AI 활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 3월 현재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인 AI 서비스는 평균 6.9개로 전년 대비 24%가량 증가했다”며 “업권별로는 은행이 평균 19.4개, 카드가 11.5개, 보험이 4.4개, 증권이 3.1개 순이었다. 증가율은 카드가 39.4%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AI 활용의 무게중심이 후선 업무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회계·인사·IT 등을 지원하는 백오피스의 AI 활용 비중은 45.6%, 영업 현장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프런트오피스는 43.4%로 비슷했고, 리스크 분석·컴플라이언스 등을 담당하는 미들오피스는 10% 정도였다”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내부 업무 효율화 차원에서 백오피스 활용이 크게 늘면서 무게중심이 프런트오피스에서 백오피스로 이동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애로사항도 전했다. 그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에서는 가용한 정보만 처리할 수 있고 개인신용정보를 직접 처리할 수 없어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AI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 참고할 공통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거나, 운영 중인 AI 서비스가 AI 기본법상 고영향 AI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 “AI 혁신 방해 우려 있지만…법적 규제에만 의존하면 한계”
이 국장은 금융당국의 지원 방향으로 규율체계 정비, 보안체계 구축, 인프라·데이터 지원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 과제로 규율체계를 꼽은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지원 방향의 첫 번째로 규율체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AI 혁신을 방해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신다”면서도 “기술 발전 속도가 가파르고 어떤 혁신적인 서비스가 출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법적 규제에만 의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 스스로 서비스 기획·개발 단계부터 예상되는 위험을 식별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하려는 체계적인 노력 없이는 지속 가능하고 성공적인 AX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이러한 노력의 기반으로 2024년 12월 마련된 금융 AI 7대 원칙을 꼽았다. 그는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AI 개발·활용에 관심을 갖고 역할과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거버넌스 원칙을 첫 번째로 소개했다.
이어 AI는 현 단계에서 업무의 보조 수단인 만큼 최종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사람이 져야 한다는 보조수단성 원칙, AI 활용 시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신의성실 원칙 등을 설명했다. 나머지 원칙은 합법성·신뢰성·금융안정성·보안성이다.
앞서 지난 6월에는 7대 원칙의 구체적인 이행 사항을 담은 금융분야 통합 AI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함께 제시된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RMF)는 거버넌스 구성, 위험 평가, 위험등급별 차등 통제 등 3단계로 구성됐다.
이 국장은 “가이드라인과 RMF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궁금증을 신속히 해소할 수 있도록 안내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며 “통상 7영업일 이내에 회신하고, 심층 검토가 필요하면 30일 이내에 답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망분리, 강력하고 손쉬운 수단이지만 AI 시대에는 한계”
이 국장은 두 번째 과제인 보안체계와 관련해 망분리 규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외부 인터넷과의 접촉이 차단되는 만큼 강력하고 손쉬운 보안 수단이지만, AI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고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며 “최근 해킹 사고에서 드러났듯 현실적으로 수많은 망분리 예외 설정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다수 금융사가 망분리 환경에 기대어 외부 접점 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 보안상 허점까지 노출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앞서 2024년 8월 망분리 규제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국장은 “1단계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외부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기반 SaaS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연구개발망과 내부 업무망 사이의 논리적 망분리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2단계는 1단계에서 성과가 검증된 과제를 규정 개정을 통해 제도화하는 것이고, 3단계는 중장기적으로 자율보안·결과책임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금융보안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규제 개선의 성과도 제시했다. 그는 “SaaS는 올해 4월 감독규정을 개정해 정규 제도화했고, 생성형 AI는 올해 상반기까지 총 237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진행했다”며 “지난 4월 모델 변경 절차를 간소화해 더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정규 제도화를 위한 성과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을 목적으로 생성형 AI와 SaaS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망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이 국장은 “올해 6월 49개 금융사에서 신청을 받아 10개사를 선정해 1차 테스트를 실시했다”며 “결과를 전 금융권에 공유하는 한편, 단계적으로 대상 범위를 확대해 2차·3차 테스트도 추가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9월 2차 테스트 신청 대상을 75개사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15개사 이내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 국장은 “보안 목적에 한정하지 않고 AI를 보다 다각적·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AI 보안 역량을 갖춘 금융사부터 망분리 규제를 전면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과제로는 인프라·데이터 지원을 제시했다. 금융권 AI 플랫폼 운영을 지원하고 데이터 결합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국장은 “부가가치가 큰 데이터는 대부분 개인신용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가명 처리와 결합이 필수적인데, 그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구조가 동일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결합할 때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소요 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 개선도 검토 과제로 꼽았다. 그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위해 도입된 동의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경직적으로 운영돼 이용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거나 AI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8월 AI 기술 개발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 특례를 신설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보 보호와 활용 사이의 바람직한 균형점을 모색하는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국장은 “지금 우리는 기술 발전을 규제·감독이 뒤따를 수 없는 시대에 있다”며 “혁신의 시대에 성공적인 AX 전환은 설계 시점부터 소비자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규제의 문턱은 합리적으로 낮추되 안전의 기준은 분명히 하면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금융권 AX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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