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임단협 상견례 진행…상여금 900% 요구 나서
정년 최장 64세로 연장·금요일 4시간 단축 근무 요구
퇴직금 누진제 도입·통상임금 위로금 지급 안건 부담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시작 전부터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도입에 더해 퇴직금 누진제 등 민감한 사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랐기 때문이다. 노조가 임단협 요구안 관철을 목표로 강경 투쟁을 예고한 만큼 7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李 대통령 공약’ 정년 연장·주 4.5일제 강력 요구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오는 18일 올해 임단협 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2025년도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해 사측에 전달했다.
우선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금속노조 지침),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현재 통상임금의 750% 수준인 상여금을 900%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역대 최대 수준의 임금 인상 규모다.
특히 노조는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연장, 주 4.5일제 도입(금요일 4시간 단축 근무), 퇴직금 누진제 도입, 통상임금 위로금 지급 등도 요구하고 나섰다.
정년 연장을 이끌기 위한 포석으로 기존 35년까지이던 장기근속자 포상 기준에 40년 근속을 신설하는 안도 마련했다. 정년 연장과 연동해 숙련재고용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숙련재고용자는 정년퇴직 후 다시 계약직으로 고용된 직원이다. 현대차는 1년+1년 계약으로 총 2년을 보장하되 임금은 신입사원 수준으로 지급한다.
문제는 노조가 강력히 요구하는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도입이 이재명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주요 공약 중 하나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노조의 주장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고율 관세 등의 여파로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위기감이 커진 사측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재직 여부나 특정 일수 이상 근무 조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로 인건비 부담은 이미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의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요구는 사측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사진제공=현대자동차>
◇‘시대 역행’ 퇴직금 누진제…통상임금 위로금도 부담
현대차가 넘어야 할 큰 산은 장기근속 근로자에게 최대 6년의 근속연수를 가산하는 퇴직금 누진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다. 퇴직금 누진제는 5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에게 2개월의 퇴직금을 가산하기 시작해 근속 25년까지 매년 0.3년을 더해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노조의 요구대로 퇴직금 누진제가 도입되면 현대차는 근로 기간에 따라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년을 추가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만 25년을 근무하고 퇴직한 직원이 월평균 800만원의 임금을 수령했다면 퇴직금은 약 2억4920만원으로, 기존 퇴직자보다 5000만원에 달하는 6개월 치 월급을 더 받게 된다.
퇴직금 누진제는 과거 고성장기에 장기근속을 권장하는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퇴출당한 제도다. 1999년 정부가 나서서 공공기관부터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요구해 2014년 대부분 공기업이 ‘방만 경영 정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 제도를 없앴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의원회의를 열고 퇴직금 누진제 부활 투쟁에 나선 것이다.
만약 퇴직금 누진제가 도입되면 현대차는 늘어난 통상임금에 기반해 천문학적인 인건비 지출에 직면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로 수조원의 손실이 불가피한데, 인건비까지 늘어나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자칫하면 근로 기간이 긴 직원과 짧은 직원 간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통상임금 위로금 지급 요구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2022~2024년 3년 치 통상임금 위로금 2000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통상임금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본 대법원의 판결과 배치되는 요구란 지적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해당 소송을 제기했던 현대차 조합원, 한화생명보험 전·현직 근로자들, 현재 같은 쟁점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소송 당사자들에 대해서만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소송을 제기했더라면 승소했을 조합원들에게 위로금 또는 격려금 형태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조합원이 약 4만1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위로금은 총 8200억원 규모에 육박할 전망이다.
노조는 일반적인 법적 소급 기한이 3년인 점을 반영하고,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됐을 때 늘어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추가됐을 각종 수당 차액을 계산하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0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대의원대회 진행 과정에서 대의원이 현장에서 발의해 채택됐다”며 “당연히 받아야 했을 돈을 못 받았다고 조합원들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실제 이 안건을 올해 임단협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법적 논란과 함께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사측은 이런 점을 문제 삼아 통상임금 위로금 자체를 다루려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7월 2024년도 단체교섭을 파업 없이 합의해 2019년 이후 6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1987년 노조 창립 이후 사상 첫 6회 연속 무분규 기록이다.
당시 노사가 도출한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4.65%(11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2023년 경영성과금 400%+1000만원, 2년 연속 최대 경영실적 달성 기념 별도 격려금 100%+280만원 지급,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임금교섭 타결 관련 별도 합의 주식 5주 등이 포함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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