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V 생산 확대 추진…G80·GV80 HEV도 출시 예정
전기차 판매 목표 수정 안해…HEV 집중 승부수 주목
GM·폭스바겐·도요타 등도 HEV로 방향 틀어 투자↑

현대자동차가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며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 후퇴 기조로 전동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탓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하이브리드차로 방향을 선회하며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다.
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관세 대응 전략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한 이후 전기차 판매 목표를 수정하는 대신 하이브리드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준공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30만대에서 향후 50만대까지 확대하고, 내년부터 하이브리드차를 혼류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HMGMA를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지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 친환경차 정책 후퇴 기조로 하이브리드차를 함께 생산하도록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본래 내연기관차에서 곧바로 전기차로 전환할 방침이었으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제네시스는 내년 대표 모델인 G80과 GV80의 2.5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4월 10일 서울 중구 크레스트 72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테크 데이’ 현장에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전시돼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최근에는 기존 대비 성능과 연비를 모두 높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변속기의 가장 큰 특징은 구동과 회생 제동을 담당하는 구동 모터(P2) 외에도 시동·발전과 구동력 보조 기능을 수행하는 시동 모터(P1)를 새롭게 추가해 ‘P1+P2 병렬형 구조’를 완성한 점이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승부수가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거두고 있는 판매 실적을 보면 긍정적이다.
현대차·기아와 제네시스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총 17만251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6.7% 증가한 수치로, 하이브리드차가 판매 상승세를 견인했다. 실제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차는 2만4876대로 전년 동월 대비 24.9% 늘어난 반면 전기차는 7597대로 47.1%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추가 관세 등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전기차 판매 하락이 눈에 띈다”며 “투싼 하이브리드 같은 인기 차종들이 존재감을 발휘한 것과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전동화 전환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 후퇴 기조는 물론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 규제 과징금 부과를 3년 유예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1위 완성차 업체인 GM이 내연기관차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GM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내연기관 엔진 생산 증대를 위해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8억8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픽업트럭과 SUV에 탑재하는 6세대 V8 엔진 생산 증대를 위한 것이다. GM은 앞서 발표한 전기차 구동장치 생산을 위한 3억달러(약 4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백지화하고 이 같은 방침을 내놨다.
독일 폭스바겐그룹도 내연기관에 600억유로(약 93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2023년부터 5년간 전기차에 1800억유로(약 280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에서 선회한 것이다.
글로벌 1위 완성차 그룹인 도요타는 내년 150만대로 설정했던 전기차 판매 목표를 100만대로 20% 감축할 예정이라고 부품 공급 업체들에 통보했다. 도요타는 전기차 판매 목표를 기존 150만대에서 내년 80만대로 낮췄으며, 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 공장의 신형 전기차 생산 시점도 올해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다.
미국 포드는 전기 SUV 출시 계획을 백지화하며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고, 독일 벤츠와 스웨덴 볼보는 2030년까지 전기차로 100% 전환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수정했다. 미국 테슬라도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2000만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삭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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