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관세 이어 상호 관세·수입차 관세 등 ‘관세 폭탄’ 엄포
한국산 자동차 관세 10% 땐 현대차·기아 영업익 4조 줄어
미국 토종 GM·포드도 예외 아냐…관세 충격파 직접 영향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중 맞춤형 상호 관세와 함께 수입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수입차 관세의 구체적인 시행 시점과 부과 방식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보편 관세 이어 상호 관세 부과 움직임…‘관세 폭탄’ 현실화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이달 초 중국에 대한 추가 10%의 보편 관세와 캐나다·멕시코에 25%의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는 시행을 한 달간 유예한 상태지만, 이들 국가에서 공장을 가동하며 북미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는 한국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의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선언했으며,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지난해 전체 대미(對美) 수출에서 35%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수출의 양대 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3일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상호 관세를 세계 각국에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상호 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를 대부분 철폐해 당장 상호 관세 표적국에는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이미 FTA를 체결해 관세율 차이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국 입장에서 8위에 해당하는 무역적자 대상국인 데다가 자동차와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무역 불균형이 큰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2년 10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HMGMA)’ 기공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관세 10% 땐 현대차·기아 영업익 4조 줄어…현지 생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8900만달러(약 102조1200억원)로 집계됐다. 이 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4400만달러(약 50조1200억원)로 비중이 49.1%에 달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와 한국GM의 미국 수출량은 각각 97만대와 41만대에 육박했다.
한국은 한미 FTA에 따라 관세 없이 자동차를 수출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이나 FTA 체결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공언한 터라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이 약 4조3000억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KB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미국이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길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각각 1조9000억원, 2조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미국 생산을 늘려 관세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현지 파트너십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50만대)’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3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35만대)의 연간 생산 능력을 총 118만대까지 끌어올려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미국 내 판매량(170만8293대)의 7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도 악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의 관세 부담이 차량 판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시장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미국 토종 완성차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내 판매량 중 수입 비중은 46%, 포드는 21%인 만큼 이들 업체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충격파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
이와 관련해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강하게 만들고 미국의 자동차 생산을 늘리겠다고 말해왔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큰 비용과 많은 혼란”이라고 비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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