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전성시대 주역 아모레퍼시픽, 中에 '울고 웃고'

시간 입력 2022-03-31 07:00:06 시간 수정 2022-03-30 10: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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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연중기획] 한국 경제 주역, 500대 기업 심층분석/(111) 아모레퍼시픽
2016년 최전성기…명동·가로수길 '화장품 거리' 요우커로 들썩
럭셔리 화장품 '설화수', 중국인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K뷰티 명가 중국발 이슈에 실적 '털썩'…디지털 채널 재정비 ‘효율화’ 성과

한 때 화장품만 냈다 하면 대박이 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명동, 가로수길, 홍대 등 주요 관광 명소는 한집 건너 화장품 매장이 줄을 지었고,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화장품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2010년대 초반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인들에게 상징적인 K뷰티 기업으로 꼽히며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이 한 해 8000억원의 이익을 벌어들였다.

'아시아의 미(美)'로 주목받던 아모레퍼시픽이 쇠퇴의 길을 걷게 된 것 역시 중국이 결정적이었다. 생존을 위해 넥스트 차이나를 쫓던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로 채널을 재정비하고 체질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워 아이 쉐화쇼"…10초마다 1병씩 판매

지난 2012년 2조9000억원 수준이던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이듬해 3조원을 돌파했다. 그 이후에도 매년 이전 실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니스프리나 에뛰드가 '중저가'로 화장품 붐을 이끌었다면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 화장품으로 시장을 주도했다. 설화수, 헤라 등은 차별화된 브랜드 철학으로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설화수는 한방 원료, 상징 색상인 금색 등 고급화 전략이 적중, 한국에 관광을 오면 반드시 사야 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당시 설화수는 중국 내에서 유명 연예인들과 상류층 여성들이 애용하는 화장품으로도 인식됐다.

지난 2015년 연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당시 단일 브랜드가 한 해 1조원을 벌어들이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설화수 대표 제품 윤조에센스는 지난 2020년 누적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헤라는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마케팅으로 선전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서울리스타'를 테마로 한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지난 2016년 중국에 진출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입증했다.

100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2014년 200만원대로 뛰었으며, 이듬해 300만원대로 치솟아 서경배 회장이 주식 부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주식 시장에선 아모레퍼시픽을 대표적인 중국 소비주로 꼽으면서 '황제주'라고 칭했다.

◇"선대회장 뜻 이어받아야"…화장품 팔아 R&D에 올인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뷰티 브랜드로 성장한 것은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고집이 한몫했다. 경쟁사가 M&A(인수합병)로 외형을 키운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자체 브랜드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서성환 선대 회장은 화장품 불모지에 화장품 산업 기틀을 마련한 선구자다. '아모레 아줌마'라는 방문판매 시스템은 유통 혁신으로 평가된다.

아모레퍼시픽은 M&A에 투자할 자금을 R&D(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지난 10년간 매출의 2%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주차 도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일화로 유명한 아이오페 에어쿠션은 메이크업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경쟁사들도 뒤이어 쿠션 팩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 회장품 업계에서 최초로 레티놀 안정화에 성공한 곳이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레티놀 기술 연구에 20여년간 투자했다.

▲ⓒ아이오페 에어쿠션.<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사드·코로나로 위기…온라인 타고 회복 중

지난 2016년 매출 5조6454억원, 영업이익 848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직후부터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이슈로 중국향 매출이 주춤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주요 유통 채널은 백화점과 면세점이었다. 특히 면세점은 성장세가 가팔랐다.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가 나와면서 유통 대기업이 면세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을 키운 까닭도 있다. 주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 수가 감소하면서 면세점이 우선 타격을 받은데 이어 입점 업체에게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잘 나가던 럭셔리 화장품이 지난 2017년 처음으로 역신장했다. 그 해 해외 사업은 성장했지만, 아시아 매출 신장률이 직전 대비 크게 꺾였다.

아모레퍼시픽 영업이익은 △2018년 4820억원 △2019년 4278억원 △2020년 1430억원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화장품 산업 전반이 어려운 가운데, 오프라인 매장 축소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입지는 더 위축됐다.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도의 두배 수준인 3434억원이다. 영업이익이 '플러스' 성장을 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작년에는 국내·해외 모두 좋았으며, 국내 화장품 사업 매출은 두자릿 수 증가해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 채널 재편에 힘 써온 것이 성과로 나타났다. 국내 온라인 매출은 40%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좀 더 효율적인 온라인으로 판매가 두드러지면서 이익 개선폭도 컸다.

온라인을 강화하면서 MZ세대에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도 큰 효과가 있었다. 화장품 소비를 주도하는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도 집중,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온라인몰 입점을 확대했다. 작년 북미 사업 확대를 위해 아마존에 라네즈를 입점시켰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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