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한국 ‘하이브리드’ 안착 SC제일은행, 소매금융 시장변화를 기회로

시간 입력 2022-01-20 07:00:07 시간 수정 2022-01-19 16:40:06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창간 10주년 연중기획] 한국 경제 주역, 500대 기업 심층분석/(27)SC제일은행
소매금융 강화 위해 2016년 행명 ‘제일은행’ 복귀 후 친근감 키워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 적극 대응 중…개인 자산관리 서비스 주력
10년째 ‘제자리걸음’ 수준 이익 확대 관건…씨티은행 ‘반사효과’ 기대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국계 은행 중 한 곳인 SC제일은행은 지난 10년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 왔다. 소매금융‧기업금융 균형 전략이 효과를 발휘해 2019년 큰 폭의 순이익 성장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화로 인한 업무환경 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영업 위축, 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의 국내 리테일 철수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변화는 SC제일은행에게 새로운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박종복 SC제일은행 은행장은 올해 신년 타운홀 행사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금융을 더욱 공고히 발전시키면서 소매금융도 자산관리 부문의 차별성과 강점, 새로운 인재영입 등 시장 환경 변화 기회를 살려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 2016년 ‘제일은행’ 행명 회복 후 리테일 영향력 확대…수익성도 개선

한국 SC제일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은 1929년 조선저축은행으로 설립된 후 1958년 제일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90년대까지 수신고 기준 국내 1위였던 제일은행은 1997년 발발한 외환 위기 사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해외 매각을 추진하게 된다.

이후 1999년 미국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털에 매각됐으며 2005년에는 뉴브리지캐피털이 다시 제일은행을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에 매각하면서 사명이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으로 변경됐다. 2011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행명이 변경되면서 잠시 제일은행의 이름은 영영 사라지는 듯했으나 2016년 4월 ‘SC제일은행’으로 브랜드명을 바꿨다. 어려운 행명이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아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행명변경을 통해 실제로 SC제일은행은 리테일 분야에서 성장을 이뤄냈으며, 이를 토대로 2016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연도별 SC제일은행의 영업수익을 보면 △2012년 16조2998억원 △2013년 14조2028억원 △2014년 14조4519억원 △2015년 13조8734억원 △2016년 13조511억원 △2017년 15조1252억원 △2018년 10조7252억원 △2019년 14조1466억원 △2020년 20조3635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수익 18조1630억원을 올렸다.

연간 순이익은 △2012년 2041억원 △2013년 1169억원 △2014년 646억원 △2015년 2858억원 △2016년 2245억원 △2017년 2736억원 △2018년 2214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2019년 3144억원으로 전년 대비 42%나 증가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순이익 증가는 기업금융 분야에서 선전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실적으로 박 행장은 3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0년 순이익은 2571억원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당금을 늘린 데 따른 타격이었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643억원으로 전년보다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SC그룹 글로벌 외형 축소 정책 따라 국내 점포‧직원 수 감소

SC제일은행의 유형자산은 지난 10년간 계속 감소 추이를 보였다. △2012년 1조409억원 △2013년 9639억원 △2014년 9083억원 △2015년 8250억원 △2016년 8097억원 △2017년 8045억원 △2018년 7884억원 △2019년 8413억원 △2020년 7962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헀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유형자산은 7645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무형자산은 증가추세를 보였다. △2012년 453억원 △2013년 448억원 △2014년 634억원 △2015년 677억원 △2016년 726억원 △2017년 710억원 △2018년 797억원으로 꾸준히 늘다가 △2019년 707억원 △2020년 687억원으로 최근 2개년간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70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다소 늘었다.

‘디지털화’의 여파로 SC제일은행 역시 점포와 직원 수를 축소시키며 몸집을 줄여 왔다. 특히 SC제일은행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글로벌 점포 수 축소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힌 만큼 구조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SC제일은행의 직원수 추이는 △2012년 5203명 △2013년 5229명 △2014년 5119명 △2015년 4233명 △2016년 4152명 △2017년 4354명 △2018년 4444명 △2019년 4261명 △2020년 4188명 △2021년 3분기 기준 4164명까지 줄었다.

점포 수 역시 △2012년 366개 △2013년 342개 △2014년 283개 △2015년 254개 △2016년 254개 △2017년 239개 △2018년 227개 △2019년 216개 △2020년 200개까지 줄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197개로 200개점 이하로 축소됐다.

◇ 디지털 주력 소매금융 반전 꾀해…모기업 SC그룹에 과다 배당 지적도 

SC제일은행 본사 전경 <사진=박예슬 기자>

박 행장은 신년 행사에서 “‘한국 유일의, 한국 최고의 국제적 하이브리드 은행’ 비전 공유와 핵심 경영 지표인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E) 1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SC제일은행은 기존 주력분야인 기업금융과 함께 국내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약한 소매금융의 경쟁력을 높여 수익성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역시 SC제일은행의 리테일 영역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특히 소매금융은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도입된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객 개인의 자산과 소비, 투자 패턴을 분석해 적절한 자산관리를 돕는 ‘초개인화’ 서비스로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줄어든 영업점과 인력은 디지털 혁신과 함께 엘시티지점과 같은 복합점포를 키워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MZ세대 마케팅도 공을 들여, 젊은 층에 친숙한 마블 콜라보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2016년부터 모회사인 SC 본사가 마블 코믹스와 독점 계약을 따내면서 SC제일은행에서도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헐크, 블랙 팬서 등 마블 콜라보 디자인의 체크카드나 통장을 발급 중이다.

현재 SC제일은행은 성장 정체를 해결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2019년 순이익 성장을 이뤄냈지만 2020~2021년 이익이 이전 해에 미치지 못했다.  

외국계 은행으로서 지나치게 높은 배당성향도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모기업인 영국 SC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타 은행 대비 높은 배당성향은 논란이 돼 왔다. 다만 2021년 이후 SC제일은행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배당성향을 기존 50%대 수준에서 20%로 대폭 낮췄다. 코로나19발 위기 대응차원의 일시적 조치인 만큼 이전 수준으로 복원될 가능성도 있다. ESG 차원의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