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석유공사 동해가스전, '대한민국 산유국' 명맥 잇는다

시간 입력 2019-11-27 07:00:04 시간 수정 2019-11-27 15: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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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과 동해가스전을 왕복하는 한국석유공사의 헬기. 가스전 직원들은 출근 시 이 헬기를 통해 이동한다.<사진=유영준 기자>
김해공항과 동해가스전을 왕복하는 한국석유공사의 헬기. 가스전 직원들은 출근 시 이 헬기를 통해 이동한다.<사진=유영준 기자>

지난 18일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로 50여 분을 날아 도착한 김해공항. 우리나라를 세계 95번째 산유국 대열에 합류시킨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으로 가는 헬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까지 바람이 많이 불어서 헬기가 뜰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늘은 바람이 잦아들었네요.”

헬기 기장님의 말 한마디에 성큼성큼 ‘한국석유공사’ 문구가 새겨진 헬기에 올라탔다. 동쪽으로 얼마를 날았을까.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 천연가스 유전 ‘동해가스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망망대해 속 우뚝 자리 잡은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 전경.<사진=한국석유공사>
망망대해 속 우뚝 자리 잡은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 전경.<사진=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은 1998년 7월 석유공사가 탐사 시추에 성공한 우리나라 최초 가스 유전이다. 이 가스전 개발로 우리나라도 산유국 대열에 합류했고 액화천연가스(LNG) 일부를 자체 조달할 수 있게 됐다. 2004년 4월 3일부터 시험 생산을 시작해 같은 해 7월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50여 분을 비행한 헬기가 가스전에 착륙하고 철재 구조물에 첫 발을 내딛자 생각보다 큰 규모가 눈앞에 펼쳐졌다. 높이 47m, 길이 93m로 리히터규모 6.5의 강진과 50m/s의 바람, 7.5m의 파고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 시설구성도.<사진=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 시설구성도.<사진=한국석유공사>


가스전에 근무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탐방에 앞서 주의사항을 들었다. 설명을 듣는 동안 배에 타 있는 것처럼 가스전 시설 전체가 조금씩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파도, 지진 등 큰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실제로 조금씩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점심시간이 되자 가스전 내에 마련된 아담한 규모의 식당에 전 직원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학창시절에만 사용하던 식판을 오랜만에 들고 음식을 이것저것 골라 담았다. 아무래도 육지에서 떨어진 시설이다 보니 음식맛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주 맛있어서 놀랐다. 육지와의 거리가 크게 멀지 않아 신선한 재료를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어 본격적인 가스전 시설 탐방에 나섰다. 바다 속에서 추출된 가스가 이동하는 파이프, 3500KW 규모 가스터빈발전기, 가스·컨덴세이트 분리장치 등을 직접 보며 직원 분의 설명에 귀를 귀울였다. 생생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보안 문제로 인해 세세한 촬영은 불가능했다.

지휘통제실은 가스전 내 시설을 전부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직원이 직접 시설 근처에서 생산 작업을 할 필요가 없이 원격·자동화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처음 눈으로 보고 느끼는 바다 한가운데 생산 시설에 감탄사가 흘러나왔지만 이곳 직원들의 근무환경은 감탄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해가스전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한 번에 2주, 하루 12시간 근무를 교대로 소화하고 있다. 2주가 지나면 헬기를 타고 육지로 이동한 후 또다른 교대근무자들이 그 헬기를 타고 동해가스전으로 투입되는 식이다. 가족과 떨어져 오랜 시간 근무를 묵묵히 버티고 있는 것이다.

동해가스전 내부 모습. 각 방에 직원들이 사용하는 2층 침대가 배치돼 있다.<사진=유영준 기자>
동해가스전 내부 모습. 각 방에 직원들이 사용하는 2층 침대가 배치돼 있다.<사진=유영준 기자>
직원들은 방에 구비된 2층 침대를 사용하며 혹시라도 있을 긴급보수나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항시 대기근무를 하고 있다. 그나마 남는 여가시간에 즐길거리도 귀퉁이에 마련된 탁구대와 책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동해가스전은 매장 자원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2021년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파격적인 근무환경 개선 등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석유공사는 산유국 명맥을 잇기 위한 추가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동해가스전 인근에 위치한 6-1광구 동부지역에서 대규모 심해 유망구조를 발견해 탐사자원량 평가를 완료했다. 올해 안에 국내외 투자자를 유치해 내년 하반기 탐사정 시추를 실시할 계획이다.

풍력발전 가능성도 염두해 두고 있다. 울산시와 함께 동해가스전 플랫폼을 활용한 200MW급 부유식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11월 동해가스전에 풍황계측기인 라이다를 설치해 풍향과 풍속 등 풍력발전과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1년 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경제성이 입증된 후 풍력발전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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