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속도조절론’ 악재속, ESS 대안 급부상
삼성SDI, 독일 ESS 업체에 SBB 공급
LG엔솔, 미국·유럽 내 현지 생산 추진
이재명 정부, AI 시대 에너지 고속도로·신재생에너지 주목

K-배터리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성과가 가시화 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한파와 출혈경쟁으로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는 상황인데 반해,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따른 계통 안정화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ESS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맞춰, K-배터리 업체들은 ESS용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속도조절론이 급부상하면서 K-배터리 업계의 ESS 시장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차 캐즘 한파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 독과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에서 4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 국내 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이 5.6%포인트(P) 감소한 39.7%로 집계됐다. LG엔솔이 21.8%, SK온이 10.1%, 삼성SDI가 7.8%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의 CATL과 BYD 점유율은 5.1%P 증가한 36.5%를 기록했다. CATL이 29.6%, BYD가 6.9%를 기록했다.
이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생산규모 등을 앞세워 시간이 갈수록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고에너지밀도 배터리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가격과 물량공세로 나서는 중국 업체들을 따라 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삼성배터리박스(SBB) 전용 모델인 ‘E5S 모듈’ 모형 . <사진=박대한 기자>
K-배터리 3사는 전기차 캐즘 한파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공세로 인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ESS 시장 공략에 사할을 걸고 나섰다. 특히 국내에서도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AI 시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연계해 ESS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SDI는 독일 ESS 전문 제조업체 테스볼트와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SDI는 테스볼트에 ‘SBB(삼성배터리박스) 1.0’ 공급을 시작으로 오는 2026년 2분기부터 SBB 1.5를 공급할 계획이다. SBB는 20피트(ft)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에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등을 설치해 삼성SDI의 ESS 관련 소재 및 기술이 종합된 제품이다.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SBB 1.5는 용량, 안전성, 설치 및 운영 편의성 등을 업그레이드했다. 열확산 방지를 위해 EDI(모듈내장형 직분사) 기술이 탑재돼 안전성이 더욱 개선됐다. 삼성SDI는 이를 통해 지난 2017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테스볼트와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미국 주택용 ESS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대만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손을 잡았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4GWh(기가와트아워) 규모의 주택용 ESS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에 맞춰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
또한 LG엔솔은 폴란드 국영전력공사(PGE)의 ESS 프로젝트 사업 파트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는 2026년부터 ESS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현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
배터리 업계의 ESS 시장 확대 기조에 따라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통해 총 540MW(메가와트) 규모의 ESS를 도입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총사업비만 1조원에 달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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