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잔액 80조원대로 감소…한 달 새 9.6%↓
이달 징계 확정될 예정…교보증권만 영업정지 검토

금융당국의 증권사 ‘채권 돌려막기’ 관행 제재가 임박한 가운데 문제가 된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 시장이 지속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84조698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93조6726억원보다 9.6%(8조9742억원)나 감소했다.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지난 2023년 말 100조원대를 내준 뒤 줄곧 90조원대를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12월 말 처음으로 80조원대를 기록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수수료를 받고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등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상품이다. 증권사가 알아서 운용하는 일임형 랩과 투자자문사들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형 랩으로 나뉜다.
증권사 채권형 특정금전신탁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말 잔액은 41조8070억원으로 전월(43조3824억원) 대비 3.6%(1조5754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초(48조6739억원)에 비해서는 14.1%나 빠졌다.
특정금전신탁도 금융회사가 고객 자산을 채권·예금·주식 등에 투자한 뒤 원금과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랩·신탁은 주로 법인 고객이 단기 자금 운용이 필요할 때 쓰인다.

랩·신탁 잔고는 2023년 하반기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난 여파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해 채권형 랩·신탁 상품과 관련해 증권업계의 ‘채권 돌려막기’ 관행이 드러나면서 랩·신탁 자금 유출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2022년 레고사태 이후부터 랩·신탁 잔고가 지속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채권 돌려막기 관행이 드러나면서 상품 신뢰도 하락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금융당국은 해당 증권사에 대한 징계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채권형 랩·신탁 업무에 대해 점검하고 일부 증권사가 불법적으로 수익률을 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9개 증권사(KB·하나·미래에셋·유진투자·한국투자·교보·유안타)에 3~6개월 수준의 관련 업무 영업정지를, NH투자증권은 영업정지 1개월, SK증권에는 기관경고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증권선물위원회가 교보증권을 제외한 8곳의 증권사에 대해 금감원이 정한 징계를 기관경고로 낮췄다. 교보증권은 영업정지 기간을 1개월로 단축했지만 징계 수준은 유지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안건 소위원회는 지난 10일 증권사 9곳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했고 오는 19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과를 최종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교보증권은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차후 금융위에서 제재 확정시 또는 1개월 내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유진 기자 / yuji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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