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한 기업 10곳 중 7곳 주가상승 효과 보여
전체 상장기업 중 참여율은 1%대 불과…금융주 쏠림현상도 우려
150개사 포함 예정이었는데…‘밸류업 없는 밸류업 지수’ 나올까
올 4분기 중 출시를 앞두고 있는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에 포함될 종목과 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증권가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침체된 증시를 살릴 수 있는 기대감이 나오는 반면, 그간 비슷한 콘셉트로 출시돼 왔던 관(官) 주도 금융상품들이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달 중 ‘KRX 밸류업 지수’를 공개한 뒤 연내 이를 추종하는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거래소는 앞서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부양한다는 취지로 밸류업 지수를 구성 중이라고 밝혔다. 지수 공개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들이 포함될지 알 수 없으나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자기자본이익률(ROE),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등이 주 고려 대상이 될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앞서 유사한 지수를 발표했던 해외 사례를 주로 인용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밸류업 지수인 ‘JPX Prime 150’은 ROE 8% 이상, PBR 1배 이상 종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는 우수기업과 유망기업을 균형있게 편입한 하나의 지수 또는 이원화된 개별 지수 2개가 출시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며 “우수기업 지수는 일본의 JPX 프라임 150 지수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망기업 지수는 주주환원율, 배당수익률,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지표가 우수한 저평가 가치주를 편입하는 방식으로 구성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투자 관점에서 향후 주가 업사이드가 높은 종목은 우수기업보다 유망기업이 될 것”이라며 “이미 높은 기업가치가 부여된 기업보다 향후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밸류업 취지에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업종별 쿼터를 둔다면 금융주 이외의 저PBR주들이 상대적으로 지수에 많이 편입될 수 있다”며 “연말 연초까지는 밸류업 관련주들이 방어 수단이자 동시에 공격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밸류업 공시(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선제적으로 한 기업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가를 보이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까지 밸류업 공시를 한 38개 상장사들의 밸류업 공시 직전 거래일과 이달 13일 종가를 비교하면 76.3%인 29개사가 상승세를 보였다. 10개사 중 7곳 넘는 밸류업 공시 업체들이 주가 상승 효과를 본 것이다. 이들 기업의 해당 기간 평균 등락률은 7.5%로, 증시가 최근 약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밸류업 공시의 효과가 적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여기에 국내 투자자들의 투심이 지속적으로 ETF를 향하고 있는 점도 흥행 요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은 157조원을 넘어섰다. 5년 전인 2019년말 51조원대에 비하면 약 3배 이상 급성장한 셈이다.
그럼에도 전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중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은 38개사로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이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기업들은 밸류업 동참을 망설이고 있다. 앞서 정은보 이사장이 금융사, 중견기업 상장사 관계자 등을 만나며 적극 독려에 나섰으나 기업들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당초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에 최대 150개사 이상의 상장사를 포함시킬 예정이었지만,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이 극히 적은 탓에 ‘밸류업 기업 없는 밸류업 지수’가 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밸류업 공시를 하거나 계획을 밝힌 기업이 금융사 등에 쏠린 점도 부정적이다. 지수를 통해 시장에 균형 있게 투자를 하기 어려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앞서 등장했던 관 주도 금융상품들이 시장에서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사라진 점 등도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21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부응해 거래소가 개발한 ‘KRX기후변화솔루션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도 대부분 상장폐지됐거나 순자산총액이 극히 적은 상황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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