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뇌전증센터학회 기자회견…환자 30~50% 우울증 앓아
마음 살피는 포괄적 치료 필요…뇌전증도움전화는 한계 있어
뇌전증 수술하면 14년 장기생존율 90%지만 인력 턱없이 부족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이 21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뇌전증 국제기자회견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희연 기자>
“매일 젊은 뇌전증 환자가 1~2명씩 사망한다. 하지만 한국의 뇌전증 진료시간은 2~5분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해 포괄적 뇌전증 치료를 할 수 있는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지정이 필요하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은 21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뇌전증 한미일 국제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에 과도한 전류가 흘러서 반복적으로 신체의 경련발작이 발생하는 뇌질환으로, 국내에는 총 40만명의 환자가 있다. 그 중 약물 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약 30%로 11만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뇌전증 환자들은 다른 질병과 달리 정신사회적인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사회적인 편견 등으로 인해 실업·해고를 경험하거나 파혼을 당하기도 한다. 이로인해 뇌전증 환자들의 30~50%는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20~40% 환자는 불안증이 있다. 또한, 뇌전증 환자 중 자살을 생각하거나 계획해 본 사람은 20~30%에 달한다.
이에 홍승봉 학회장은 ‘포괄적 뇌전증 치료’를 도입해 정착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괄적 뇌전증 치료는 질병뿐만 아니라 환자의 마음과 생활까지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경우 1947년부터 일본국립뇌전증센터를 설치해 뇌전증 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28개의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을 지정해 환자들이 전국 어디서나 높은 수준의 포괄적 뇌전증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뇌전증 전문의 제도를 통과한 의사가 약 15~30분 동안 진료하며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뿐만 영양사 등과 함께 포괄적 치료를 진행한다.
미국은 1987년 뇌전증센터협회를 설립하고 260개의 포괄적 뇌전증센터를 통해 환자들에게 포괄적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뇌전증 증상에 따라 레벨 3,4 단계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며 뇌전증센터 인증제도를 통해 환자들이 수준 높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뇌전증센터 찾기 사이트를 활용해 환자들이 어디서나 센터를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홍 학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뇌전증도움전화’이 전부다. 이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운영되고 있는 치료법이기도 하다.
지난 2020년 8월부터 시작된 뇌전증도움전화는 뇌전증 환자들에게 각 병원에서 제공하지 못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하루에 약 20~40명의 환자, 1년에 약 5400명의 환자가 뇌전증도움전화를 이용하고 있다.
홍 학회장은 “뇌전증도움전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각 지역에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을 지정하고 뇌전증지원코디네이터를 배치하면 된다”면서 “예산은 약 1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홍승봉 뇌전증센터학회 회장(왼쪽부터 6번째)과 신동진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왼쪽부터 7번째)을 포함한 해외 뇌전증 교수들이 21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뇌전증 한미일 국제기자회견에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홍 학회장은 시급한 현안으로 ‘뇌전증 수술’ 문제를 언급했다. 홍 학회장은 “중증 난치성 11만명의 돌연사율은 30배가 넘고, 신체 손상율은 50~100배에 달한다”면서 “뇌전증 수술을 하면 돌연사율은 1/3로 줄일 수 있으며 14년 장기 생존율은 50%에서 90%까지 높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인력과 마취인력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뇌전증을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은 서울에 6곳, 부산에 1곳으로 전국에 총 7곳뿐이다. 그마저도 마취인력이 응급수술에 먼저 투입되기 때문에 뇌전증 수술의 60%가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학회장은 “포괄적 치료 시스템이 뇌전증 치료에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질환의 포괄적 치료를 정립하고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그 중에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뇌전증”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조희연 기자 / c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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