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반도체 4배 늘린다…삼성·SK, 실적개선 ‘호재’ 만났다

시간 입력 2023-08-25 07:00:00 시간 수정 2023-08-25 14:54:34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현존 최고 사양 H100, 내년 생산 목표 최대 200만대로 확대
AI 칩 수요 급증 탓…AMD 등 경쟁사 추격 따돌리기 나선 듯
‘AI 반도체’ 훈풍에 HBM 수요 늘어날 듯…삼성·SK, 호재작용

미국 엔비디아. <사진=연합뉴스>
미국 엔비디아. <사진=연합뉴스>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가 고성능 AI 칩 생산량을 대폭 확대한다. 엔비디아가 AI칩 공급을 대폭 확대키로 하면서, 향후 고성능 비메모리칩인 HBM(고대역폭메모리)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당장, 전 세계적으로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는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H100’의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H100은 현존 최고 사양을 자랑하는 고성능 AI 칩으로,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실제 AI관련 수요가 급증하며, H100의 판매 가격은 4만달러(약 5286만원)에 달한다.

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H100 생산량을 현재 대비 4배 가량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H100 생산 목표는 50만대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계획대로 생산량이 확대된다면 내년 H100 생산 목표는 최대 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엔비디아가 고성능 AI 칩 생산량을 늘리기로 한 것은 최근 AI칩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급을 뛰어 넘는 수요로 인해 이미 H100 생산분에 대한 내년 판매 예약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H100을 최소 3000개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수천개의 칩을 확보하는 등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을 둘러싼 확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역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H100 등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생성형 AI의 발전과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이에 최적화된 반도체 디바이스 등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지능 반도체 선도기업 성공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553억14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444억 4000만달러 대비 24.5%(108억7400만달러) 늘어난 수치다.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은 해마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연평균 19.9%씩 증가해 2026년께 860억79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러한 낙관론에 힘입어 엔비디아 뿐만 아니라 인텔, AMD 등 주요 AI 반도체 업체들을 향한 빅테크 기업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AMD는 올 4분기부터 고성능 AI 칩 MI300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AMD의 MI300는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GPU 신제품으로, 엔비디아의 H100과 경쟁하기 위해 설계됐다.

엔비디아가 H100 생산을 대폭 확대키로 한 것은 칩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AI 부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지난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연례 콘퍼런스에서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선보이고,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 대응에 나섰다.

최신 AI 칩에는 초당 5TB의 엄청난 속도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HBM3E가 탑재됐다. HBM3E는 현존 최고 사양 D램 HBM3의 다음 세대인 5세대 메모리 제품이다. 메모리 용량도 3배가량 확대됐다.

황 CEO는 “GH200은 이전 제품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며 “증가하는 AI 컴퓨팅 파워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확장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이 원하는 거의 모든 거대언어모델(LLM)을 넣을 수 있다”며 “GH200을 활용하면 미친 듯이 추론이 가능해 LLM 추론 비용 또한 크게 떨어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엔비디아가 AI 칩 공급을 확대키로 하면서, 삼성·SK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는 큰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AI 반도체 구동에 필수인 HBM 수요 역시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돼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선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했다. 삼성전자도 40%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전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HBM 수요가 확대되면서 향후 K-반도체의 입지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각각 46~49%를 차지하고, 미국 마이크론이 4~6%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호재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서버와 프리미엄 모바일 제품 분야에서 HBM 등 D램 첨단 제품의 비중을 더욱 확대키로 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 시장 선두 업체로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 대비 2배 수준인 10억Gb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고, 하반기 추가 수주에 대비해 생산성 확대를 위한 공급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래 수요에 맞춰 HBM 공급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며 “내년 HBM 생산 능력은 올해 대비 최소 두배 이상 확보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성능의 D램인 HBM3를 세계 최초 양산한 SK하이닉스는 최근 차세대 초고성능 D램 ‘HBM3E’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HBM3E는 현존 최고 사양 HBM3의 다음 세대인 5세대 HBM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HBM3E 양산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최첨단 HBM 고객사도 확보해 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E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성수 SK하이닉스 D램상품기획담당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HBM3E를 통해 AI 기술 발전과 함께 각광 받고 있는 HBM 시장에서 제품 라인업의 완성도를 높이며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하게 됐다”며 “앞으로 고부가 제품인 HBM 공급 비중이 계속 높아지면 실적 반등 흐름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