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W 2024’서 HBM4E 등 차세대 HBM 조기 개발 시사
6세대 HBM4는 내년 양산…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삼성 등 경쟁사 추격 따돌리고 ‘독보적 1위’ 수성 전략
글로벌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7세대 HBM인 ‘HBM4E’를 2026년께 선보인다. 최신 HBM인 5세대 ‘HBM3E’가 3월부터 본격 양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초 로드맵을 크게 앞당긴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AI(인공지능)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제고해 글로벌 HBM 선두 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진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국제메모리워크숍(IEEE IMW 2024)’에 참가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한 IMW는 IEEE 전자소자협회가 주최하는 권위 있는 메모리 기술 관련 국제 학회다. 전 세계 엔지니어와 연구자들이 모여 메모리 소자 및 공정, 설계, 패키징 등 첨단 기술 동향에 대해 논의한다.
이번 워크숍에서 가장 이목이 쏠린 곳은 SK하이닉스였다. SK는 AI 시대의 필수 메모리인 HBM을 주제로 초청 연사 발표에 나섰다.
행사 둘째날인 13일 김귀욱 SK하이닉스 HBM선행기술팀장은 ‘현재와 미래, HBM의 도전’이라는 제목의 키노트 발표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SK는 HBM4, HBM4E 등 차세대 HBM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그간 HBM은 4세대 HBM3까지 2년 단위로 발전해 왔으나 5세대 HBM3E 이후로는 1년 주기로 단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 주기가 1년으로 단축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HBM4E 개발을 2026년에 완료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SK하이닉스는 HBM4E과 관련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비록 차세대 HBM 개발·양산 일정이 명확하게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SK가 2026년께 HBM4E 개발을 마무리 짓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K하이닉스가 첨단 메모리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시장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 SK하이닉스는 이미 AI 반도체 시장의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특히 올 3월엔 세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하며 경쟁사들의 추격으로부터 멀리 달아났다.
글로벌 톱 HBM 업체로 부상했는데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HBM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본사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프닝 발표에 나선 곽노정 SK하이닉스 CEO(최고경영자) 사장은 “HBM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의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이달 제공하고, 올 3분기 양산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며 “생산 측면에서 SK의 HBM은 올해 이미 솔드아웃(매진)이고, 내년 역시 대부분 솔드아웃됐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메모리 시장의 약 5%(금액 기준)를 차지하는 데 그쳤던 HBM과 고용량 D램 모듈 등 AI 메모리의 비중은 2028년께 61%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 세계 HBM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60% 정도의 수요 성장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날로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는 SK에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곽 사장은 “당사는 HBM, TSV(실리콘관통전극) 기반 고용량 D램, 고성능 eSSD 등 각 제품별로 업계 최고의 기술 리더십을 갖춘 상태다”며 “지속 증가하고 있는 수요에 대응해 향후 글로벌 고객사들과 전략적으로 협업하며 세계 최고의 고객 맞춤형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2026년 공급키로 했던 6세대 HBM4 12단 제품을 내년으로 앞당겨 양산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곽 사장은 “올해 이후 전 세계 HBM 시장은 AI 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 수의 증가,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등에 따른 데이터·모델 사이즈 증가로 인해 급격한 성장을 계속할 것이다”며 “불과 반년 전보다도 HBM 수요 가시성은 더욱 명확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차세대 HBM에 대한 고객사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HBM4 이후부터는 맞춤형 니즈가 증가하면서 트렌드화되고, 수주형 비즈니스도 확대될 것이다”며 HBM4의 생산 시점을 앞당기는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7세대 HBM4E도 예상보다 이른 2026년께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는 SK의 ‘HBM 1등 굳히기’를 더욱 강화하는 핵심 역량이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다가오는 AI 시대 고객사로부터 가장 신뢰 받는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곽 사장은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위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며 “변화하는 수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투자 방식으로 현금 수준을 높여서 재무 건전성도 지속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 고객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준비된 기업이자 업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며 “우리나라가 AI 반도체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SK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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